수출 살아나야 하반기 환율 안정 가능성
연준 추가 긴축 가능성도 강달러 지속시킬 듯
이번 달 1270원대까지 내려왔던 원·달러 환율이 1317원을 넘기는 등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우리 수출 반등 여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정책 향방 등이 하반기 원·달러 환율 움직임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서울외환 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0.3원 오른 1317.6원에 마감했다. 지난 13일 1271.40원(종가기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23일 1300원대로 재진입한 후 이날 1317원도 넘어섰다.
4월 이후 1300원대에 있던 원·달러 환율은 이번 달 들어 하반기 수출 반등과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겹치며 내림세로 전환해 13일 만에 55.8원 하락했다. 그러다 보름 동안 46.2원 내리며 이번 달 하락세를 대부분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을 상향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 하반기 환율 전망 보고서를 통해 환율 전망치로 3분기 1320원, 4분기 1310원으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인 3분기 1270원, 4분기 1240원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민 연구원은 "강달러에 유리한 통화정책, 글로벌 경제 전망 시나리오를 감안해 기존 '상고하저' 연간 전망 시나리오를 '상고하고'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전망을 1270원, 4분기를 1280원으로 오히려 연말에 환율이 소폭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 향방의 열쇠는 우리나라 수출 성적표다.
권아민 연구원은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수출 증가율이 낙폭을 줄여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민경원 연구원도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이끌기까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수출이 중국발(發) 수요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하면서 달러 공급 확대를 낙관하긴 어렵다"며 "하반기 수출 전망은 4분기 크게 개선되는 시나리오를 기본 옵션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대중국 교역 부진에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진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이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 및 고착화 가능성 확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넘어서고 있는 중국의 빠른 기술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반도체 등 우위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 없이는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은이 이날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제조업은 7포인트 하락했는데,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회복 지연이 그 이유로 꼽혔다.
연준도 핵심 변수다. 애초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물에 다다르며 달러 약세를 점쳤으나, 연준이 연내 가능한 최종 금리를 현재 수준보다 0.5%포인트 높은 5.75%까지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이토록 오래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랍다"며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민경원 연구원은 "연준이 현시점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수요 둔화 및 충격이 확인될 때까지 긴축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물가부담으로 피벗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 압력이 커짐에 따라 미 달러 수위는 점차 낮아질 전망"이라면서도 "하지만 경기침체, 금융불안, 미·중갈등 등 다양한 변수들이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