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무역적자에 대한 대중국 무역적자 기여도가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9일 '대중국 수출부진 현황 및 적자기조 장기화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소수의 핵심산업에 편중된 수출구조가 최근 대중국 무역적자 흐름의 주원인"이라며 "이미 한국을 넘어서고 있는 중국의 빠른 기술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반도체 등 우위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 없이는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2013년 이후 지속해서 악화해 왔다. 수출은 정체됐지만 수입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이후 대중 수출이 본격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해 5월부터 12월까지 대중 무역수지는 52억 달러(약 6조8016억 원)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적자 폭은 118억 달러(약 15조4285억 원)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대외부문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연일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대외부문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연일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무역수지 적자에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기여도가 2022년 12.8%에서 2023년 43.2%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의 교역국 중에서도 한국의 수출이 대만과 더불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올 5월 한국과 대만의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3% 감소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대중 수출액 규모는 2022년 5월 대만에 이은 2위에서, 2023년 5월 미국과 호주에 밀려 4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중화학공업품이 전체 수출의 89%를 차지하는 수출구조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학공업품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동월 2022년 5월 대비 24% 감소했는데,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 전자제품(29%↓) 품목의 수출액 감소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뒤이어 철강제품(23%↓), 화공품(20%↓), 기계류와 정밀기기(12%↓) 등 중화학 공업품 내 모든 품목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높아지지만 대중 수출은 양적·질적으로 정체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국산화 정책에 의한 중간재 자립도 향상, 중국과의 기술격차 축소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초격차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 흐름은 상당 기간 동안 반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의하며 한국은 11개 기술 분야 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 ‘ICT·SW’를 포함한 5개 분야 우주·항공·해양, 국방, 생명·보건의료, 에너지·자원, ICT·SW에서 오히려 중국에 뒤처진 상황이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과 EU 등 주요국 대비 기술 발전이 최대 8년 이상 늦은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 분야 중심으로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재는 무역수지 회복의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