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취약한 '해외직구' 시장 겨냥…시장 지배력 확대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전, 몸값 높이기 전략 해석도
싱가포르 법인 큐텐이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에 이어 위메프까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큐텐의 정확한 재무구조가 베일에 싸여있어, 인수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직구 시장과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0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최근 큐텐은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위메프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위메프 경영권과 모바일 앱 소유권을 갖는 계약을 체결했다. 위메프 새 대표에는 김효종 큐텐 경영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앞서 큐텐은 지난달 인터파크 커머스를 품었고 지난해에는 티몬을 인수한 바 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09년 이베이에 G마켓을 팔고 2010년에 설립한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다.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어 2013년부터는 중국에서도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에는 인도의 샵클루스를 인수하며 서남아시아에도 진출했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국가와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 유럽과 미주, 아랍권을 포함 24개국에서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큐텐의 설명이다.
다만 큐텐의 정확한 재무구조는 정확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큐텐이 2016년에 매출 1조 원 정도를 기록하고 매년 30~40%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큐텐이 이커머스 업체 인수에 나선 건 몸집을 키운 뒤 한국이 취약한 직구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간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의 점유율이 각각 4%, 3%, 1%대로 평가됐다. 이들을 모두 인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큐텐의 점유율이 10%대까지 한 번에 뛰어올랐다.
구 대표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와 맥이 같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최대 10년간 국내 시장에서 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겠다는 ‘경쟁업종 금지’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기간이 끝난 만큼 구 대표가 적극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구 대표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G마켓을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 대표는) 이커머스에 워낙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서 이커머스 1세대로서 그 당시에 일구지 못했던 것들을 하려는 하는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를 품은 큐텐은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직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티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티몬의 해외 직구 거래액은 큐텐 인수 이전인 6개월 전(2022년 9월)과 비교해 55.9% 증가했다. 이는 큐텐이 보유한 해외 판매자, 물류 전문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결과라는 게 티몬의 설명이다.
큐익스프레스는 아시아는 물론 미주와 유럽을 포함 전 세계 15개국에서 현지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2021년에는 B2B 물류가 강점인 코차이나(Korchina)의 포워딩 부문 25개 법인을 인수,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범위를 확장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것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신들이 품은 이커머스의 입점 판매자들이 큐익스프레스 물류망을 이용하도록 해 평가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나스닥 상장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언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큐익스프레스의 감사보고서에서도 전환사채 중도상환청구권 적격자금조달 사유로 나스닥 상장을 언급된 만큼 큐텐의 지금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인수한 뒤 이들에 입점한 판매자들을 유인해서 큐익스프레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큐익스프레스의 몸값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