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분양시장 발목 잡는 국회…“실거주 의무 남으면 효과 반감”

입력 2023-04-03 16:47 수정 2023-04-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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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국회 입법 공회전으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전매제한 완화는 정부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행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축인 실거주 의무 폐지는 주택법 개정 사항으로 반드시 여야 합의를 통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논의할 국회 국토위원회는 법안 논의 일정도 못 잡고 있어 정책 ‘엇박자’ 장기화가 예상된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국회 국토위원회는 이달 법안을 논의할 법안소위원회 일정을 확정 짓지 못했다. 마지막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열렸지만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에선 투기 차단 등을 이유로 규제 유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1.3부동산 대책에서 발표한 핵심 부동산 규제 철폐안 중 하나다. 전매제한의 경우 수도권 기준 공공택지(분양가상한제 적용) 또는 규제지역(서울 서초·강남·송파·용산구)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된다. 해당 완화안은 앞서 분양한 단지에도 소급 적용한다.

만약 법안 통과가 불발되면, 입주 이전에 분양권 매매는 할 수 있지만 실거주 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당장 정부는 전매제한 완화안 시행 시기를 지난달 말에서 한 주 연기했다.

당시 국토부는 “전매제한 완화는 실거주 의무 폐지와 연관이 있으므로 국회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거친 후 시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주일 연기’안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해당 법안 심의를 가정하고 늦춘 것으로, 이후 국회에서 법안 심의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시행 시기도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 지연으로 부동산 시장 혼란이 이어지고 나아가 법안 미통과 상황이 길어지면 계약 해지와 이에 따른 배상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인데,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규제 완화라는 일관된 기조의 정책을 펼치는 데 문제가 생겼다”며 “분양권 매수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푼 것은 결국 전세 물량 증가로 이어진다”며 “청약 당첨자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면 전·월세 시장의 활성화로 집값 안정화가 기대되지만, 실거주 의무 완화가 지연되면 집값 안정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실거주 의무 완화를 예상하고 분양권을 사들인 사람은 아주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당장 시장 혼란은 물론, 세를 놔 자금을 조달하려는 계획도 문제가 발생해 아예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어 2·3차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여소야대’ 정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안 통과를 전제로 한 정책 발표는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실수요자들은 정부가 발표하면 바로 시행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며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보다 야당과 사전 협의를 통해 사전 조율이 끝난 정책만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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