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아동수당, 꼭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까

입력 2023-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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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기본법, 100인의 원탁회의에 참석한 아동들이 아동기본법 제안을 위해 토론하고 있다. (뉴시스)
▲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기본법, 100인의 원탁회의에 참석한 아동들이 아동기본법 제안을 위해 토론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도입된 아동수당은 보건복지부의 대표적인 아동복지 정책이다. 정부는 만 8세 미만 아동을 둔 가정에 매월 10만 원을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반적인 만족도도 높다.

다만, 만족도가 곧 정책의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정책의 성패는 목표 달성률로 판단한다. 아동수당의 목표는 아동복지·권익 증진이다. 그런데, 아동수당 도입 전후 아동복지·권익이 얼마나 증진됐는지 판단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 아동수당이 가족 외식·여행에 쓰였는지, 자녀 사교육에 쓰였는지, 자녀 의류·문구·완구 등 구매비에 쓰였는지, 대출금 상환에 쓰였는지, 주식·코인 투자에 쓰였는지, 금융자산으로 축적됐는지 등은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건 아동수당의 효과가 가구별로 다를 거란 점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가구소득 10분위(1분위: 하위 10%)로 나눠 분석한 결과, 가구 소비성향은 8분위부터 떨어졌다. 1~7분위는 소득이 1만 원 늘어날 때 소비지출이 대략 2500원 늘었지만, 8분위 이상은 소득이 똑같이 늘어날 때 소비지출은 덜 늘었다. 10분위에서도 최상위권인 연소득 2억 원 이상 가구에선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지출 증가 효과가 사실상 소멸했다.

이는 고소득 가구에 아동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해봐야 아동을 위한 소비지출은 늘어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동을 위한 소비를 꺼려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한 소비를 하고 있어서다.

아동수당을 통해 아동복지·권익을 증진하기 위해선 정책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여기에선 카드 포인트 형태의 바우처 전환을 제안한다. 아동수당을 월 15만 원으로 인상하되, 수당을 현금이 아닌 카드 포인트로 지급하고 당월 미사용된 포인트를 소멸시키는 방식이다. 사용범위는 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주민등록 주소지 시·군·구와 전국 영화관·미술관·박물관, 완구·문구점, 놀이공원, 기타 아동 관련 업종·시설로 제한하는 게 어떨까 싶다. 아동 관련 업종·시설에 5% 페이백을 제공하면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저소득층은 소비여력이 늘고, 지역상권은 매출이 늘 거다. 정부도 부담이 덜하다. 가구별 소비성향을 고려할 때 지급을액을 5만 원 인상해도 이 중 일부는 미사용으로 환수될 거다.

이렇게 제안하는 목적은 단순하다. 아동에 대한 소비지출을 월 1만 원이라도 늘리는 거다. 가족 외식이어도 좋다. 애초에 그 목적으로 정책을 도입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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