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놓고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체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초안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이달 중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저고위는 최근 각 부처로부터 그간의 저출산 대책 추진 실적과 추가 과제를 취합했다. 부처별 과제에 대한 조율·검토를 거쳐 이번 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윤 대통령이 8일 지시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다.
관계부처들은 난색을 보인다. 무엇보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당초 저고위는 윤석열 정부 취임 1년에 맞춰 4월 전체회의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평가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출생·사망통계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소인 0.78명을 기록하자 부랴부랴 전체회의 일정을 앞당겼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확실한 저출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로선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그간의 저출산 대책 추진 실적을 평가하고, 회의 때 발표하기 위한 추가 과제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정책 자판기’ 신세다.
여당에서 ‘일단 던져보자’는 식의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은 저출산 대책으로 30세 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낳은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는 방안, 만 8세 미만 아동에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만 18세 미만까지 월 1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자 국민의힘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수습했지만, 해당 자료는 당뿐 아니라 저고위를 거쳐 대통령실에도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관계부처 관계자는 “정부를 독촉해도 마땅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니 여당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다가오는 전체회의에서 저고위는 저출산 대책 발표와 함께 4차 기본계획 수정 여부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도 통상 집권 2년차에 전 정부에서 마련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정·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