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타당성은 공감하나…한국 의견 반영해야”
EU 칼스브로 의원 “한국 기업 의견 수렴해갈 것”
한국무역협회가 벨기에에서 유럽연합(EU) 관계자를 만나 EU의 친환경 정책 관련 우리 무역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을 면담했다.
먼저 정 부회장은 EU 의회 국제무역위원회 카린 칼스브로 의원과 만나 EU 의회의 친환경 통상 법안 구축 노력 및 한국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 부회장은 “배터리‧반도체‧원자재 분야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EU 의회의 새로운 입법 노력과 역내 공급망 구축의 타당성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EU 의회의 새로운 규제들이 EU의 전통적 우방국가인 한국 기업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바, 향후 이행 법안 입법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 제공 시 국내산 전기차와 외국산 전기차를 차별하지 않는다”라며 “EU도 새로운 규제 도입이나 인센티브 마련 시 한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카린 칼스브로 의원은 “EU가 추진하는 조치들은 기후 변화 및 우방의 공동 가치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한 대응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라며 “향후 이행법안 입법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무역협회와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해가겠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이후 EU 그린딜 정책을 총괄하는 EU 집행위원회 기후총국 디아나 아콘시아 외교 기후 담당국장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디아나 국장은 “EU는 배출권 거래제 수익금 등으로 혁신 기금을 운영 중”이라며 “배출권 거래제 등은 기업의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친환경 추진에 소극적인 기업에게는 불편함을, 적극적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그린전환 기술혁신을 촉진한다”며 관련 규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EU의 규제 당위성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으나, 규제 위주의 정책을 통한 탄소 감축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라며 “석탄 대신 수소를 투입하여 철강재를 생산하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도입과 같이 규제를 넘는 파괴적 기술 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부회장은 대·중·소 유럽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비즈니스 유럽’의 루이자 산토스 사무차장과도 만나 EU의 주요 통상 정책에 대한 유럽 기업의 대응 현황에 관해 논의했다.
산토스 국장은 “미국은 IRA 등 대규모 보조금 지급 등 인센티브 위주로 그린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EU는 전통적으로 규제에만 집중하고 있어 EU 역내 기업들은 애로가 크다”라며 “미국의 배타적인 IRA 조치로 인해 전통적 우방인 EU와의 협력에 금이 갈 우려가 있어, 현재 미국-EU 정부 간 태스크포스가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