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놓고 6년간 이어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법적 공방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균주 출처 관련 민사 소송 1심에서 패한 대웅제약은 법원 판결에 대해 ‘명백한 오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메디톡스는 추가적인 법적 검토에 나선다.
대웅제약은 최근 공개된 민사 1심 판결문 분석 결과 “편향적, 이중적, 자의적 판단으로 가득 찬 오류를 조목조목 반박한다”며 명백한 오판이라고 규정했다. 대웅제약 입장은 원고인 메디톡스에게 증명책임이 있는 주요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객관적 증거 없이, 합리성이 결여된 자료나 간접 정황사실만으로 부당하게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피고인 자사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반박은 무시하거나 자의적으로 부당하게 판단, 혹은 판단 누락 등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양사의 보톨리눔 톡신 균주 전쟁은 2016년에 시작됐다. 같은해 11월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균주와 기술을 훔쳐 ‘나보타’를 만들었다”면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정 대표는 균주 출처를 명확히 밝히자며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메디톡스는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1979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 균주를 공여받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 하변천에서 채취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 양사의 1차 균주 도용 공방은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6년 뒤인 현재 국내 민사 소송으로 균주 도용 공방 2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0일 법원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자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낸 소송에서 계통분석 결과와 간접증거 등에 비춰볼 때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메디톡스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501억 원 중 400억 원을 지급하고, 대웅제약은 이미 만든 완제품과 반제품을 모두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대웅제약은 초유의 편향적 판결이라며 “(메디톡스의) 소유권은 물론 출처에 대한 증빙도 전혀 없어 신뢰할 수 없다. 아무 근거 없이 ‘당시의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균주의 소유권을 (재판부가) 인정해버렸다”라며 원고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특히 6년전 주장했던 균주 유래에 대해서도 입증이 가능하다며 근거로 검찰 수사를 제시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당시 검찰 수사에서 균주 도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나 출처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역학적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 수순으로 대웅제약은 지난 15일 1심 판결 집행정지신청서 제출했고, 항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집행정지신청이 인용되면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웅제약의 ‘나보타’ 판매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반면 기각된다면 국내와 중국 등에서 나보타 영업이 제한된다.
증권가는 나보타 판매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대웅제약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이 법원 판결문을 수령했지만 비공개를 결정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보톡스 제제 관련 미국 협력사인 에볼루스가 진출한 지역에 대해서는 영업상태를 기존대로 유지히고 비(非)에볼루션 지역에 대해서는 중국을 제외하고 실적 추정치를 하향한다”고 했다.
메디톡스는 1심 승소에 이어 추가 법적 조치에 나섰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가겠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