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사’는 영화수입사 미디어캐슬의 손을 거쳐 국내에 소개됐다. 379만 명이라는 역대 최고 관객을 불러 모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2017)을 수입한 전적이 있는 일본 콘텐츠 전문 회사다. 다만 큰 성공 직후 불거진 예상치 못한 ‘노재팬 운동’으로 사업이 존폐의 위기에 놓인 적도 있다고 했다. 30일 서울 강남의 미디어캐슬 사무실에서 만난 강상욱 대표는 “살아남아 있으니까 이렇게 인터뷰도 한다”며 웃었다.
강 대표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대표 감독 반열에 오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기 애니메이션인 ‘초속 5센티미터’(2007)의 재무적 투자자로 16년 전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너의 이름은.’의 큰 성공 이후 실사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로 46만 명을 불러들이는 등 시장 경쟁력이 있는 일본 콘텐츠를 들여오는 회사라는 신뢰도를 쌓았다.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개봉을 앞두고 전개된 2019년의 노재팬 운동은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이었다. 강 대표는 “회사가 쓰러질 뻔했다. 최소 목표를 200만 관객으로 봤던 작품인데 ‘사회적 상황도 이런데 일본 영화 보러는 안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영화관, 편의점 등과 이야기했던 상품화 콜라보레이션 계획이 모두 취소되더라”고 기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가세했다.
3년간 이어진 암담한 상황에서 올라온 구원투수가 최근 100만 관객을 넘긴 '오세이사'다. 강 대표는 당초 “(40만 부 넘게 팔린) 원작 소설의 인지도가 워낙 높았기에 50만 관객까지는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성적은 그의 예상을 딱 두 배로 뛰어 넘었다. 개봉 두 달 만인 지난 달 25일 주연배우 미치에다 슌스케가 공식 내한해 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이유다.
‘오세이사’에 영예를 안긴 주요 관객은 1020세대다. CGV에 따르면 전체 관객의 64%가 1020 관객이다. 강 대표는 이 점을 미리 예측하고 신촌, 목동, 강남역 등 해당 세대의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벽보를 부착했다고 한다. tvN처럼 젊은 층이 시청하는 방송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는 등 타깃 중심의 홍보 전략을 펼쳤다.
강 대표는 “'첫키스만 50번째', '이터널 선샤인' 같은 작품을 보고 자란 우리 세대에게 기억상실 로맨스는 더 이상 새로운 게 아니지만 (그런 걸 본 적 없는) 1020 세대에게는 굉장히 새로울 수 있는 소재”라고 짚으면서 “영화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흥행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 요즘 트렌드가 뭔지, 남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고 짚었다.
미디어 캐슬의 다음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 대표 감독 반열에 오른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동일본대지진을 테마로 한 작품으로 완성도와 메시지를 두루 기대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3월 8일 신작 개봉을 확정하고 본격 홍보에 돌입한 강 대표는 지난 주말 일본으로 달려가 한국 관객을 위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소개 영상을 직접 촬영해왔다면서 “’너의 이름은.’의 성과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노재팬 운동 당시 “회사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 전화까지 받아봤다는 강 대표는 그럼에도 “문화 교류가 역사적 이슈에 영향을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수입해온 기존 사업을 올해에는 배급까지 확장할 계획이라면서 “문화라는 건 대체재가 없다. 오직 그것만이 주는 재미가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