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성공사례 이끌어야
정부 중장기 로드맵 수립 필요
인프라 등 지역 불균형 해소를
전문가들은 선진국보다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기업이 디지털 전환으로 성공사례들을 더 만들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에서 규제개혁과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더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이미 중국 일본과 같은 나라에선 우리나라와 비교조차 힘들게 빠른 성장과 디지털 전환의 성공사례들을 창출해 내고 있지만, 비교적 우리나라는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많다”며 “더 혁신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책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디지털전환연구팀 팀장은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경제융화 현상) 시대에 업종별 규제를 떠나 동일 사업에 동일규제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디지털 전환의 방향이 업종 내에서 업종 간으로 확대돼 업의 경계가 사실상 모호해지고 있기에 업종별로 존재하는 포괄적 규제보다 세부 비즈니스별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동일 사업과 기능에는 업종에 상관없이 동일 규제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역차별 이슈를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공유 모빌리티인 타다와 풀러스의 경우, 여객운수의 입장에서는 택시사업하고 같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데이터 비즈니스로 운송 이외에 다양한 비즈니스가 창출되는 형태인데 여객운수사업자법으로 규제해 실패했고, 카카오 네이버 등 온라인뱅킹이 등장하는 시기에 정부가 기존 은행법과 다른 인터넷은행 전문법을 신설해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한 바 있다”며 “규제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에 걸맞은 적절한 규제를 신속하게 만드는 것이 기존 사업자도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고, 신규사업자도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게 한다”고 말했다.
안미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및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며 “부처별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추진, 지원체계가 나뉘어 있어 통일된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복, 편중 지원 방지를 위해 디지털 전환의 핵심 동인인 SW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과기정통부가 디지털 전환 관련 SW 투자지원의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부처의 지원사업이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 지원사업으로는 △산업연계형 디지털전환 전문기업 육성사업(9개 기업, 2억5000만 원 내외 정부 지원) △여행업계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140개 기업, 2000만~5000만 원 상당 서비스 지원) 등이 있다.
안 선임연구원은 “정부 지원으로 가시적인 디지털 전환 성과를 보인 기업 대상으로 추가·연장 지원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우수기업 인센티브 지원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정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자현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디지털 기반 성장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디지털 전환 정책이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총괄 또는 통합 정책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 연구부장은 “디지털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산업을 기존 체계와 조화시키기 위해 규제의 명확화가 필요하다”며 “그간 규제 개혁은 규제 완화나 규제 철폐로 인식됐으나, 현재의 급속한 디지털화는 규제의 명확화, 규제의 선제적 정비 및 적시 제공, 규제품질의 고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디지털 전환 시대 속에서 ‘기업과 지역 간’ 불균형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전환 속에서 디지털 불균형이 가장 우려되고 있는 부분인데, 중견 기업의 경우 전환하고 싶어도 지식과 자본이 없기 때문에 따라갈 방법이 없어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까지 정부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2000만~3000만 원 정도의 일회성 지원을 하고 있는데, 기존의 지원 방식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므로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역 불균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IT 기업을 포함해 대부분 기업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으니 지역에서 기업 활성화, 디지털 전환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젊은 사람들이 지방을 떠나 서울로 모여들고 있는데 지역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해외에서 똑똑한 인재들을 영입하는 방식도 있다”며 “한국을 오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지역에서 창업할 수 있게 지원하고, 기존 비즈니스 여건 등을 개선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