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포함 7가지 이슈 제시
작년 키워드 경제안보·자국중심주의
“제도 마련 단계부터 이익 반영해야”
최근 국가 간 무역 갈등, 자국 산업 육성 정책 등이 이어지며 우리 기업과 정부가 각국의 산업 정책과 규제 강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년 오프로드 통상환경에 대비하고 있는가? : 2022년 7대 통상뉴스와 2023년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통상 이슈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중 갈등 △미래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간 ‘보조금 경쟁’ 격화 △기후변화(탄소) 통상 시대 본격화의 원년 △경제안보 우선의 무역협정 추진 가속화 △무역제한조치 확산의 중심에 선 노동·인권 △전자상거래를 넘어 데이터 통상의 시대로 △타깃(target)형 수입규제조치 시행 등을 선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갈등은 상품 무역을 넘어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공급망 재편을 위한 프렌즈 쇼어링과 탈동조화 심화로 갈등이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2021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액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6.6%에서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13.6%로 줄어드는 등 실제로는 감소세를 보인다.
또한, 미 상무부가 대(對)중국 공급망 제재를 지속 강화하고 있고, 판도체과학법·국가핵심역량수호법(NCCD) 도입 논의를 바탕으로 외국인의 대미 투자 및 미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규제하며 향후 미-중 기업 간 연결고리는 더욱 약화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미래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간 ‘보조금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 등 산업 육성 3법을 통해 본격적인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과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예산 투입 및 세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위해 전기차, 반도체 제조업체 등 핵심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을 확대 중이다.
또한, 보고서는 유럽연합(EU)이 올해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시행하며 ‘탄소 통상’ 시대의 막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U 집행위, 의회,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CBAM의 주요 쟁점에 대해 잠정 합의했으며, 적용 품목에 기존 집행위 초안에서 제시된 철강, 알루미늄 등 5개 품목 이외에 수소를 추가했다.
지난해 EU의 수소 수입 금액은 170만 유로로 매우 낮지만, 향후 친환경 ‘그린 수소’ 산업 육성 계획을 고려해 적용 품목으로 추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새로 추가된 품목 중 일부는 우리나라의 대유럽연합 수출 비중이 높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경제안보 우선의 무역협정 추진 가속화 △무역제한조치 확산의 중심에 선 노동·인권 △전자상거래를 넘어 데이터 통상의 시대로 △타깃(target)형 수입규제조치 시행을 2023년에 주목해야 할 통상이슈로 제시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지난해 통상환경 키워드로는 ‘경제안보, 자국중심주의, 신통상 이슈’를 꼽았다. 또한, 7대 통상 뉴스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의 수출통제조치 확산 △미-중 갈등 속 시진핑 3기 개막과 미국 중간선거 △미국의 역내공급망 구축 본격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 개시 △탄소 무역 장벽 가시화 △노동·인권의 통상 의제화 △디지털 통상 시대 개막을 선정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KITA) 부회장은 “최근 미국, 중국, EU 등은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을 앞세워 반도체, 전기 동력차, 배터리 등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이는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제도 마련 단계부터 우리의 이익 반영을 위한 협상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국내 시설이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확대 등 보조금 제공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