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율·낙찰률 동반 하락
인기 단지도 3회 유찰은 기본
올해 영끌족 물건 쏟아진다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며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금리 인상 충격으로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자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선 세 차례 이상 유찰되며 최초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나온 물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4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6.5%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83.6%) 대비 7.1%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2013년 1월(74.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률도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률은 17.9%를 기록해 4개월 연속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낙찰률은 6월 56.1%를 기록한 뒤 △7월 26.6% △8월 36.5% △9월 22.4% △10월 17.8% △11월 14.2%로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선 감정가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해야 겨우 응찰자를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의 경우 경매에서 한 차례 유찰될 때마다 20%씩 감정가가 내려가는데 3회 이상 유찰될 경우 최초 감정가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간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남부5계에서 진행한 양천구 목동 ‘한신청구’ 전용면적 84㎡형은 세 차례 유찰되면서 이달 18일 네 번째 경매를 앞두고 있다. 이 매물은 지난해 9월 최초 감정가 16억300만 원에 1회차 경매를 진행했으나 유찰됐고, 지난달 21일 감정가의 60% 수준인 10억2592만 원에도 끝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물건은 8억2073만 원에 다시 경매대에 오른다. 이는 6년 전인 2017년 9월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 전용 119㎡형은 이달 11일 6억4614만 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이 물건은 지난해 9월과 10월, 11월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초 감정가(12억6200만 원)의 반값까지 입찰가가 떨어졌다.
강북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전용 59㎡형 중 47㎡ 지분 물건은 지난달 6일 3회 유찰 끝에 6억3699만 원(낙찰가율 61.2%)에 매각됐다. 이 단지의 지난해 11월 거래가(9억8000만 원)보다 3억4000만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경매 물건은 감정가가 산정된 후 6개월에서 1년 후에 나오기 때문에 집값 하락기 물건들이 나오는 올해 상반기부터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2020년 부동산 ‘불장’ 당시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들의 경매물건이 올해부터 쏟아질 것”이라며 “입지가 우수한 아파트의 경우 3회 이상 유찰된 것을 보고 입찰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