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산화탄소(CO2) 포집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의 배출량은 그대로인데 농도 비율이 증가하며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CO2 포집기술 적용 시 별도의 배출허용기준을 마련해달라.”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기업환경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제조업체 A사 대표의 토로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라 각 기업이 CO2 포집기술을 등을 적용하고 있으나 다른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환경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협의회는 환경정책 방향과 업계 현안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의회에는 공동위원장인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유제철 환경부 차관과 박현 포스코 전무, 윤석현 현대자동차 전무, 김평길 에쓰오일 전무 등이 참석했다.
우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국제 에너지 위기와 그린 인플레이션, 보호무역 강화 등 기업의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있도록 규제개선과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유 차관은 “전 세계 경제질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환경이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산업계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혁신과 지원을 병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업들의 환경정책 관련 건의가 있었고, 일부 건의에 대해 환경부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제조업체 B사는 “공정 부산물을 재활용하려 해도 ‘지정폐기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지정폐기물도 재활용 가치가 높고, 사업장 간 활용처가 정해진 경우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되는 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지정폐기물이란 사업장폐기물 중 폐유, 폐합성수지와 같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거나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포함한 폐기물을 의미한다.
이에 환경부는 “해당 부산물이 공정에서 원재료로 직접 사용될 경우 폐기물이 아닌 화학물질 관련법을 적용받도록 해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제조업체 C사는 “동일 사업장이 플라스틱 제조업과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는데 플라스틱 제조업이 통합환경관리법 인허가 대상업종이 되면서 통합환경관리인을 추가로 선임하게 됐다”면서 “기존의 환경기술인에 더해서 통합환경관리인을 각각 선임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니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환경부는 “동일 사업장이 여러 업종을 영위할 경우 통합환경관리인이 환경기술인을 겸임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환경규제 혁신방안과 온실가스 감축 촉진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도 소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대한상의 건의 과제를 포함해 177건 규제혁신과제 중 연내 102건을 완료하는 등 규제혁신에 주력하고 있다”며 “개선된 규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관리하겠으며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도 산업계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토의 시간에는 △저탄소 제품 기준 및 환경성 표시·광고 기준에 제품의 사용·재활용 단계 온실가스 감축 노력 반영 △공정상 유·누출이 차단된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면제 방법 명확화 △온실가스배출권거래 가격 변동성 완화방안 마련 등 다양한 업계 건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환경부에서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올해 환경부와 소통을 통해 많은 건의 과제가 수용됐다”며 “환경규제 핫라인인 기업환경정책협의회를 통해 앞으로도 기업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