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상황에 감기약 품귀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감기약(아세트아미노펜 650㎎)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생산 증대를 위해 감기약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23일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조제용 해열·진통·소염제인 아세트아미노펜650㎎ 18개 품목의 약값을 기존 1정당 50~51원에서 70~9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품목별로 △한국얀센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 △종근당 펜잘이알서방정 △부광약품 타세놀8시간이알서방정 △한미약품 써스펜8시간이알서방정 등이 포함된다.
해당 조치는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며, 2023년 12월부터는 70원으로 일괄 적용된다. 다만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은 이번 약값 인상과 무관하다.
조정기간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각 제약사와 월별 공급량을 계약하고 모니터링할 예정이며, 월평균 생산량을 기존 대비 50% 이상 확대한다. 특히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환절기는 집중관리기간으로 설정해 생산량을 60% 이상 늘린다.
건보 상한금액 인상에 따라 환자 부담액은 소폭 늘어난다. 1회 처방(1일 6정씩 3일 처방) 시 품목에 따라 103~211원이 인상된다.
주로 감기약으로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코로나19 환자의 증상 완화 및 백신 접종 후 발열 등에도 사용돼 코로나19 유행기간 수요량이 크게 증가하는 등 수급이 불안정했다. 올해 3월 약국가에서는 감기약이 유통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제약사들은 이번 정부 입장에 찬성한다면서도 약값 상승 폭에 대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실질적 행보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고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실효성을 담보하기에는 인상 폭이 크지 않다. 1정당 금액을 100원 이상으로 책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생산 증산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약사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독려해준 것은 맞다. 다만 인상폭이 다소 아쉬운 건 사실”이라며 “제약사는 국민건강보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정부가 (제약사에) 생산증량에 대해 독려했고, 제약사도 할 수 있는 역량을 다해 난국을 헤쳐 나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약국계에서는 감기약 품귀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선 약국에서는 지난 감기약 품귀 사태 이후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약을 주고받기도 했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생산증대를 약속하고, 매월 생산량을 확인하기로 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