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상황에서 감기약(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값 인상ㆍ매점매석 단속 강화로 제2의 감기약 부족 사태를 막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감기약에 대한 수요는 지속 증가해왔다. 이후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국민 수요가 정점에 이르게 됐다. 일일 확진자가 50만 명이 넘었던 올해 3월 결국 감기약 품절 사태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감기약 제조사 증산 독려 △수급 현황 모니터링 △허가자료 간소화ㆍ업무 정지 행정처분 유예 등 행정지원 △아세트아미노펜ㆍ이부프로펜의 유사 효능제제인 덱시부프로펜ㆍ록소프로펜 분산처방 요청으로 감기약 품절 사태를 막으려 노력했지만,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상황이 우려돼 다른 해결책을 꺼내기로 했다.
20일 보건복지부는 감기약 부족 사태가 우려됨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감기약을 만드는 제약사들의 생산 독려를 위해 약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조제용 감기약인 아세트아미노펜 650㎎은 1정당 약가가 43~51원으로 일반의약품의 4분의 1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7일 제11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아세트아미노펜 650mg 19개 품목에 대한 약제 상한금액 조정신청을 수용했다. 구체적인 인상률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각 제약사가 협상을 벌여 결정되는데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감기약 가격 인상이 확정된다.
복지부는 감기약 공급량과 사용량 분석을 통해 도매상ㆍ약국의 매점매석 등 부당행위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 일부 소형약국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공급이 불균형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도매상과 약국이 판매량보다 과도한 감기약을 구매하거나 약가 상승을 노리고 판매를 보류하는 행위는 사법에서 금지하는 매점매석 행위나 판매량 조정으로 도매상ㆍ약국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거나 환자의 조제ㆍ투약에 지장을 주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약국 현장에선 하루하루가 보급전쟁”이라며 “약이 공급되지 않아 지역 약사 단체 채팅방을 통해 나눠서 판매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부 약국에서 감기약을 쟁여두고 있는 것을 봤다. 특정 약국에 감기약이 몰렸을 때 제한할 긴급조치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감기약 외에도 품절되는 의약품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민 이사는 “감기약 외에도 수익성이 적은 멀미약, 변비약은 제약회사ㆍ도매상 직원에 읍소해야 겨우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품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약이 없다면 국민의 건강권을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약품 품절 종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개선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감기약이 유통상 문제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와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