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우크라전 결국 참전하나

입력 2022-10-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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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투태세 점검 발표 이어 ‘대테러 작전체제’ 발령
벨라루스 참전 우려 고조
“푸틴, 벨라루스 참전은 실질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의미 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소치(러시아)/AP뉴시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소치(러시아)/AP뉴시스

벨라루스가 대테러 작전체제를 발령했다. 대테러 작전체제는 테러 차단과 테러 사태 복구를 위해 도입되는 비상체제다.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14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보안기관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한 뒤 대테러 작전체제가 선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부 이웃 국가들이 벨라루스 영토의 특정 지역을 장악하는 것을 포함한 도발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우리 군대와 특수기관은 이웃국의 어떠한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자국을 공격하려는 징후를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 루카셴코가 자국 내 반발에 우크라이나 참전을 꺼리지만 푸틴 대통령의 압박으로 전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러시아의 지원으로 28년째 독재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루카셴코에게는 참전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맨 오른쪽) 벨라루스 대통령이 2013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벨라루스 그로드노에서 열린 합동 군사 훈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로드노(벨라루스)AP뉴시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맨 오른쪽) 벨라루스 대통령이 2013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벨라루스 그로드노에서 열린 합동 군사 훈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로드노(벨라루스)AP뉴시스

특히 지난 8일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에 대해 러시아가 보복을 선언한 이후 벨라루스 참전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0일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양국 연합지역군 전개에 합의했다면서 1000명 이상의 러시아 병력이 벨라루스로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튿날에는 벨라루스군이 전투태세 점검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동유럽 및 국제연구센터의 나자 더글러스 연구원은 AFP에 "벨라루스 철도회사가 러시아로부터 대형 호송대를 기다리고 있고, 훈련소 역시 러시아군을 받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며 "루카셴코는 행동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지난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서 자국 내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한 러시아군도 벨라루스에서 출발했다. 벨라루스는 최근 헌법까지 바꿔 러시아 핵무기를 자국 영토에 배치할 길을 열어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벨라루스가 참전한다고 해도 전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이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교통로를 차단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전투 경험이 없어 러시아군의 전투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벨라루스 참전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은 우크라이나로서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벨라루스의 참전은 실질적 군사지원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벨라루스의 참전이 푸틴의 고립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벨라루스 참전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미 장기간의 독재 정치와 2020년 재선 이후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군의 충성도 역시 높지 않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연구원은 "루카셴코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한다면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줄타기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게 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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