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도 빠르게 면세품을 쇼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인천공항의 ‘스마트 면세서비스’(이하 스마트 면세점)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면세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면세업계는 자사 온라인몰의 파이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입점 수수료 등 ‘임대료’를 중복해서 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는 지난달 말 주요 면세업체 등과 함께 ‘스마트 면세서비스 도입 및 시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내달 임박한 면세점 입찰 내용과 스마트 면세점 도입 여부, 온라인 입점 요율 등을 논의했다.
앞서 관세청이 지난달 한국공항공사를 시작으로 인천공항에까지 스마트 면세점 도입 가능성을 열어준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공항에서도 모바일로 빠르게 면세품을 쇼핑할 수 있는 스마트 면세점은 일명 ‘인천공항 버전 면세 플랫폼’이다. 지금까지 관세청 규제에 따라 시내면세점에서 출국 3시간 전까지만 면세품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스마트 면세점이 도입되면 고객들은 공항에서 이동하면서도 휴대폰으로 탑승 30분 전까지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게 된다. 공항 면세점의 시공간이 확장돼 고객들 쇼핑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인천공항 측 주장이다.
인천공항 면세사업팀 관계자는 “그동안 관세청은 면세사업자가 이미 온라인 면세점을 구축, 운영 중이며 사업자가 원하지 않는 사업모델을 공항면세점 특허 공고에 포함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공항 면세점의 온라인 서비스는 관세법 시행령과 관세청 고시에서 허용하고 있는 사항이다. 관세청이 공항 면세점 특허 공고를 통해 ‘불허’하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라고 밝혔다.
최근 관세청이 인천공항의 스마트 면세점 도입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인천공항도 관련 서비스 준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지난달 말 소프트개발, 컨설팅 업체와 ‘인천공항 모바일 앱 발전방향 수립 및 고도화 설계용역’ 계약을 마쳤다.
인천공항 측은 항공사 체크인, 출입국 수속, 쇼핑 등 공항에서 필요한 모든 절차를 모바일앱을 통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의 행보에 반갑지 않은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공항에 내는 오프라인 임대료에 더해 온라인 플랫폼에도 일종의 ‘방세’를 내야해, 중복이라는 것이다.
‘임차인’ 입장인 면세업계는 스마트 면세점이 현실화되면 입점할 수 밖에 없어 온라인 수수료율에 민감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자 간 온라인 요율 관련해 이견이 잘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미 주요 면세업체들이 자사 온라인몰을 운영 중인데다, 스마트 면세점의 매출 상승 기여도 미미할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결국 경험 장사다. 미리 가서 제품도 들어보고, 찍어보고, 발라보는 체험도 하고 각종 멤버십 할인혜택을 보려는 게 고객들 니즈다”라며 “출국 임박해서 쇼핑할 면세고객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천공항 관계자는 “면세 이용 고객은 시내 및 온라인 면세점 이용군과 공항 면세점 및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고객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기존 공항면세점 고객 또는 온라인에서 미리 구매하지 못한 고객 편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면세사업자의 기존 온라인 고객 파이를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반박했다.
스마트 면세점 도입과 입점 요율 등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지속되면서 연내 도입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관세청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공고 전까지 스마트 면세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때 공사는 신규 입찰에 반영해 진행할 예정이나, 시스템 구축에 상당 기간이 필요해 연내 이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