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직격탄
광주 9곳, 울산 7곳, 전남 8곳, 제주 9곳. 지난해 말 기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의 수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산부인과 관련 요양기관은 1894곳이지만, 이 중 1458곳이 분만을 중단(분만 수가 청구 0건)했다. 특별·광역시별로 서울은 499곳 중 417곳, 부산은 126곳 중 97곳, 대구는 116곳 중 97곳, 인천은 89곳 중 66곳, 광주는 69곳 중 60곳, 대구는 61곳 중 42곳, 울산은 43곳 중 36곳, 세종은 11곳 중 4곳이 분만을 중단했다.
도별로 경기는 379곳 중 286곳이 분만을 중단해 지금도 100곳 가까운 곳에서 분만이 가능하지만, 강원은 56곳 중 33곳, 충북은 55곳 중 39곳, 충남은 62곳 중 41곳, 전북은 65곳 중 45곳, 전남은 53곳 중 41곳, 경북은 81곳 중 58곳, 경남은 1000곳 중 76곳, 제주는 29곳 중 20곳에서 분만을 멈췄다.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는 충북 16곳, 전남 8곳, 제주 9곳이다.
저출산 장기화로 출생아가 급감하다 보니, ‘돈이 안 되는’ 분만실부터 사라지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군·구별로는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0곳’인 곳도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중 20곳은 산부인과가 없으며, 43곳은 산부인과는 있으나 분만실이 없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임신부들은 진료·분만을 위해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처지다.
전북 김제시에 거주하는 이민주(32·여) 씨는 2016년 김제에서 첫째를 낳고 지난해 둘째를 임신했는데, 그 사이 김제에 있는 유일한 분만 산부인과가 사라졌다. 이 씨는 “환자가 줄면서 수익성이 나빠져 분만실과 산후조리원을 함께 없앴다고 들었다”며 “결국 김제에 있는 산부인과에선 33주차까지만 진료를 받고, 이후에는 전주시의 산부인과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김제에 있던 산부인과는 걸어서 10분, 전주 산부인과는 자차로 30~40분 거리다. 이 씨는 지난달 말 전주의 산부인과에서 둘째를 낳고, 해당 산부인과에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김제에서 사라진 건 산부인과뿐 아니다. 그는 “김제에 소아과가 있기는 한데, 시설 등 문제로 익산시에 있는 소아과를 다닌다”며 “거기도 차로 30분 이상 가야 하는 거리인데, 신생아를 데리고 다니려니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어 “부안군은 원래 분만 산부인과가 없어서 그곳의 임신부들은 기존에 김제 산부인과를 이용했다”며 “그런데 김제도 분만실이 없어졌으니 거기서도 전주나 익산으로 다닌다고 한다. 그나마 김제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소아과는 통계상으로도 산부인과보다 나을 게 없다. 소아청소년과는 가뜩이나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인데, 지방은 출생아 감소로 환자도 적다. 경제적으로 지방에 남을 이유가 없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지역 간 삶의 질 격차’ 보고서를 보면, 20세 이하 소아·청소년 인구 10만 명당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서울이 31.7개였지만, 전남은 8.5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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