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크로스 현실화..사회 곳곳 저출산 위기 경고음

입력 2022-10-04 05:00 수정 2023-03-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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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자국을 늘려라] 2020년 데드크로스 발생...고령화 비상

美 연구소 "2100년 한국 인구 2678만 명
재정ㆍ연금ㆍ국방ㆍ기업ㆍ노동 등에 악영향
저출산 지속 땐 노인연령 65세→74세로

2678만 명.

21세기 말 한국의 인구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가 지난 2020년 발표한 ‘2017~2100년’ 전망 보고서는 2100년에 우리나라 인구가 지금의 5000만 명 수준에서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수도권 인구(2600만 명)만큼 사람이 줄어드는 셈이다. 78억 명인 전 세계 인구가 88억 명(2100년)으로 늘어나는 80년 동안 우리나라는 5267만 명(2017년 기준)에서 2678만 명으로 역행한다는 관측이다. 세계 꼴찌 수준의 출산율이 보여주는 암울한 미래다.

극단적인 저출산은 이미 우리 삶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유치원은 폐원 위기에 몰려 있고, 필수의료 과목인 산부인과 감소로 일부 지역에선 의료 붕괴 조짐이 엿보인다. 국가재정, 연금, 노동시장, 지방소멸, 집값, 국방 등 곳곳으로 파고든다. 골든타임을 놓쳤다가는 국가 소멸이라는 자칫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 데드크로스 발생...곳곳서 저출산·고령화 빨간불

우리나라에 인구절벽 공포감이 본격적으로 엄습한 건 2020년이다.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30만5100명)가 출생아 수(27만2400명)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특히 2020년 출생아 수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래 최저치다.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저출산 현황을 가장 직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은 학령인구 감소다. ‘2022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체 유·초·중·고 학생 수는 587만9768명으로 작년보다 7만7350명 줄었다. 정점을 찍었던 1986년(1031만 명) 이래 무려 36년째 내리막이다. 특히 유치원생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지난 1년간 고등학생 2.9%, 초등학생 0.3%, 중학생이 0.2% 각각 감소할 때 유치원생 수는 5% 넘게 줄었다. 이 기간 유치원 98곳이 줄폐원 했다.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84.8%로 전년 대비 0.3%p 상승했다. 1년 전 대비 학생 수가 5500명 넘게 감소했는데도 신입생 충원율이 높아졌다. 대학들이 모집인원(8957명↓)을 대폭 줄인 영향이다.

노동력에도 충격파가 미친다. 경제 핵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8년 3764만5000명을 기록한 뒤 감소세에 들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1.0%인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70년 46.1%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고령인구 비중은 46.4%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노동력이 감소하면 기업들은 젊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59만8000명으로 작년(21만7000명) 대비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이투데이)
(이투데이)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연평균 3.1%씩 감소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저출산 속도가 가장 빨랐다. 고령화 비율도 연평균 3.3% 증가했다. 한경연은 합계출산율이 0.25명 줄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0.9%포인트씩 떨어진다고 봤다. 고령인구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성장력 약화와 재정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질 것임을 의미한다”며 “성장력 보강과 재정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IHME 역시 인구 감소 여파로 2017년 세계 14위였던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2100년 20위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재정도 빠듯하다.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예산안 총지출 639조 원 중 의무지출은 341조 8000억 원(53.5%)으로 절반을 넘어선다. 의무지출은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등 정부가 법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예산이어서 임의로 조정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면 세수 증가 여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고령화로 인해 연금 등 지출 규모가 늘어난다. 기재부는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2060년 총지출 1648조 원, 이 중 의무지출을 80%(1298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봤다. 정부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지출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다. 재정 여력이 사실상 고갈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이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상향하자고 제안한 건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태석 KDI 연구위원은 “부양 부담이 본격화하는 2025년 이후 10년마다 노인연령을 1세씩 상향 조정하면 2100년 노인연령 기준은 73세가 되고, 노인부양률은 60%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도시 혹은 국가 소멸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 이민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한다. 백화점식 나열 정책으로 수백조를 쏟아붓기보다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과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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