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달리 출산은 여자 필요 소득·자산수준 인식 높아
30·40대 미혼남녀들이 생각하는 출산·육아의 벽은 결혼의 벽보다 높았다. 3명 중 2명은 자녀 양육을 위한 본인의 최저 소득수준을 400만 원 이상으로 인식했다.
이투데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30·40대 미혼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녀 양육을 위한 최저 월 소득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3.8%가 4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소득구간별로 4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은 22.6%, 500만 원 이상 600만 원 미만은 19.6%, 600만 원 이상은 21.6%였다. 전반적으로 결혼을 위한 소득수준보다 자녀 양육을 위한 소득수준을 높게 인식했다.
성별로 남성은 58.8%, 여성은 68.8%가 '400만 원 이상'을 선택했다. 결혼을 위한 소득수준은 남성이 더 높게 인식하는 반면, 자녀 양육을 위한 소득수준은 여성이 더 높게 인식했다.
성별을 제외한 응답자 특성별로는 실제 소득·자산수준이 높을수록 필요 소득수준도 높아졌다. 특히 종사상 지위에 따른 인식차가 컸다. 자영업·사업과 기타는 각각 48.5%, 46.5%가 '400만 원 이상'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임금근로자는 이 비율이 각각 63.8%, 71.6%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임금근로자가 자녀 양육을 위한 필요 소득수준을 높게 인식했다.
이 같은 성별·종사상 지위별 인식차는 최저 자산수준에도 반영됐다.
전체 응답자의 71.0%는 본인의 최저 자산수준이 2억 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4명 중 1명꼴인 24.4%는 5억 원을 자녀 양육을 위한 ‘커트라인’으로 봤다. 소득과 마찬가지로 남성(67.2%)보단 여성(78.4%)이 이 비율이 높았다. 종사상 지위별로도 자영업·사업(64.7%), 기타(54.9%)보단 비정규직(69.6%), 정규직(76.7%) 등 임금근로자가 필요 자산수준을 높게 놨다.
부부 합산으로는 61.4%가 '600만 원 이상'을 최저 소득수준으로 인식했다. 본인 소득과 마찬가지로 남성(54.0%)보단 여성(68.8%)이 출산의 진입장벽을 높게 봤다. 특히 본인 소득보다 부부 합산 소득에서 성별 격차가 더 벌어졌는데, 이는 여성이 경력단절 등 우려로 배우자의 소득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부 합산 소득의 경우, 종사상 지위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부부 합산 자산수준은 절반에 가까운 48.6%가 ‘최소 4억 원 이상’에 답했다. 4억 원 이상은 11.4%, 5억 원 이상은 19.4%, 6억 원 이상은 17.8%였다. 5억 원 이상 구간의 합계는 37.2%였다. 4억 원 이상 답변율도 남성(44.0%)보단 여성(53.2%)이 높았다.
‘개인 요인’, ‘태도 요인’, ‘환경 요인’을 독립변수로, 필요 소득·자산수준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회귀분석 결과, 전반적으로 여자일 때,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을 때, 본인의 소득·자산수준이 높을 때, 결혼·출산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부정적일 때, 정부 저출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 때, 응답자가 인식하는 본인·부부 합산 소득·자산수준이 높아졌다.
단 자녀 양육에 필요한 소득·자산수준 인식은 출산 의사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결혼에 필요한 소득·자산수준 인식이 남자의 결혼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와 다른 것이다.
출산 의사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성별과 출신지역·거주지역 일치 여부, 자산수준, 본인의 사회적 계층의식,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 인식이었다. 여성일 때, 출신지역과 거주지역이 일치하지 않을 때, 자산수준이 낮을 때, 본인의 사회적 계층의식이 높을 때,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인식할 때 출산 의사가 떨어졌다.
또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일수록 출산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단, 결혼 의사와 출산 의사가 반드시 일치하진 않았다. 결혼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58.0%는 출산에 부정적이었으며, 결혼 의사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의 22.6%는 출산에 긍정적이었다.
주목할 변수는 출신지역·거주지역 일치 여부다. 고등학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출신지역과 현재 거주지역이 다를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출산 의사를 낮췄다. 이는 출신지역을 떠나 독립생활을 하는 경우, 주거비용 증가 등으로 필요한 자산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