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세상에 나와 맨 처음 남기는 흔적, 발 도장. 열 달 간 숨 쉬게 해준 탯줄을 끊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세상에 내딛는 첫발이다. 3kg 남짓한 무게만큼이나 한없이 작고 흐릿하지만, 이들의 발자국은 인류의 미래를 수놓을 희망 그 자체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의 발 도장이 줄고 있다. 나라 존립조차 위협하는 수준이다. 당장 10년 안에 잠재 성장률이 0%대까지 곤두박질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50년 후엔 인구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먹여 살려야 한단다. 이른바 ‘베이비 슬럼프’다.
정부도 안 해 본 게 없다. 지난 15년간 380조 원이 넘는 예산과 3000개에 달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인구 정책은 경제·산업·교육·복지·문화의 총화다. 그런데 우리의 저출산 대책은 키울만한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낳는 일’ 자체에 치우쳐 있다.
전 세계 저출산 해결의 롤 모델로 자리 잡은 ‘노르딕 패런팅’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행복해야 한다’는 가정 철학에서 시작한다. 출산과 보육뿐 아니라 양성평등·고용·노후에 관한 모든 정책에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철학을 녹여냈다. 이러한 정책들은 가정, 기업, 정부 간의 완벽한 ‘트라이앵글 밸런스’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우리와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이투데이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우리 지상과제로 떠오른 저출산, 보육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북유럽 선진국을 찾아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국의 베이비 슬럼프를 극복할 마지막 골든 타임이 시작됐다. 아기 발자국을 늘리기 위한 해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10년 안에 바뀌지 않으면 수 세기 뒤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은 사라질 것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