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공포에 산업용 금속 가격 녹아 내려

입력 2022-09-07 17:32 수정 2022-09-0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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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금속가격지수, 8월 중순 이후 9% 넘게 하락
‘닥터 코퍼’ 구리는 일주일새 6% 하락
유럽 에너지난·중국 봉쇄 겹쳐 경기침체 우려 커진 영향

▲중국 산둥성 쩌우핑현의 한 알루미늄 공장 내부 모습. 쩌우핑/AP뉴시스
▲중국 산둥성 쩌우핑현의 한 알루미늄 공장 내부 모습. 쩌우핑/AP뉴시스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다시 커지면서 올여름 ‘반짝’ 오름세를 보였던 산업용 금속 가격 흐름이 급반전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P GSCI 산업용 금속지수는 8월 중순 이후 9% 이상 하락해 연중 저점을 찍었던 7월 수준에 근접했다. 구리와 니켈, 알루미늄 등 산업용 금속 현물가격을 반영하는 이 지수는 연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르게 올라 올 들어 상승폭이 25%까지 달하면서 고점을 찍었다가 급락세로 반전해 17% 빠진 상태가 됐다.

특히 실물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닥터 코퍼’ 구리 가격은 일주일새 6% 가까이 하락해 톤당 756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반짝 ‘서머랠리’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올해 구리 가격은 지난 3월 톤당 1만6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업용 금속은 자동차 부품에서부터 철강, 전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제품 생산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가격 하락은 곧 세계 경제에 대한 시장 전망을 알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FT는 여름 짧은 랠리를 뒤로하고 산업용 금속 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산업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글로벌 수요에 대한 우려가 다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속 가격 급락세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 조짐이 겹친 영향이 크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에 대한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5일 하루에만 17% 폭등하며 지난달 말에 기록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겨울철을 대비해 가정은 물론 기업과 공장들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청두와 선전 지역에 봉쇄령을 내린 것도 산업용 금속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8월 차이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인 50을 밑도는 49.5로 집계돼 경기위축을 시사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도 금속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원자재는 달러화로 거래돼,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요가 위축돼 상품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중국 수입업체들의 부담이 커진 것도 금속시장에는 악재가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에도 동시에 영향을 주면서 가격 하락을 제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주 네덜란드 알루미늄 제조사 알델은 공장 1곳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고, 아르셀로미탈도 독일 제철소 중 한 곳 운영을 잠시 중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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