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속도조절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 없어
‘매파 색채’두고 시장 의견 분분
WSJ “연준도 목적지 몰라” 지적
17일(현지시간)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치솟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물가상승률이 계속 목표치(2%)를 훨씬 넘고 있어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로 가는 것이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위원회의 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기준금리를 향후 중립금리를 넘어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의미다. 중립금리는 경기가 과열되지도 침체하지도 않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연준은 지난달 26~27일에 진행된 FOMC 정례회의에서 6월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준이 제시한 중립금리(2.5%) 수준인 2.25~2.5%대로 올라서게 됐다.
그러나 연준이 긴축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시장은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의사록은 “연준 참석자들이 통화 긴축을 강화함에 따라 누적된 정책 조정이 경제 활동과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면서 어느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점에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FOMC가 가격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필요 이상으로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갈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WSJ은 이번 의사록에 대해 연준이 지속적인 긴축 기조와 속도 조절이라는 상반된 방향을 두고 언제 어떻게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고민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고민이 깊은 이유는 복잡한 경제 상황 때문이다. 연준 참가자들이 “소비와 생산 활동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이날 소매판매 지표와 소매업체의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이는 0.1% 증가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치를 밑도는 것이다. 휘발유와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는 이어졌으나 고가의 제품이 아닌 생활용품 구매로 패턴이 옮겨갔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유통업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미국 유통업체 타깃은 2분기 주당 순이익(EPS)이 39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눈물의 재고떨이’를 진행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연준은 향후 구체적인 긴축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정책 결정 전에 데이터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의사록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마켓워치는 시장에서 이번 의사록이 “매파적인 색채가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WSJ은 “연준이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임은 말했지만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즉 시장이 헷갈리는 것처럼 연준도 통화정책 방향성을 모른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