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국내 건초(마른 풀사료) 제조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열풍 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뜨거운 바람으로 건초를 만드는 '열풍 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관련 기술 3건을 특허출원했다.
이 시스템은 해체 절단, 열풍건조, 압축 포장 등 3단계 공정을 거쳐 시간당 400kg가량의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 건초의 수분 함량은 농가의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으며, 10~15kg 단위로 압축 포장이 가능해 유통과 가축 급여의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열원은 가스, 전기, 목재 압축 연료(펠릿), 우분고체 연료, 폐열 중에서 여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풀사료는 소 등 반추가축에 꼭 필요한 먹이로, 그중 건초는 저장과 유통, 가축 급여가 편리해 축산농가에서 선호한다. 건초는 수분 함량이 20% 미만인 풀사료로 자연조건에서 4일 이상 말려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겨울 사료작물을 주로 논에 재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풀사료 수확 이후 곧바로 모내기가 이어진다. 또한, 5월 전국 평균 강우 일수는 16일로 비가 자주 내린다. 이러한 이유로 풀사료 생산량의 약 79%를 수분함량 20% 이상인 담근 먹이(사일리지)로 이용하고 있다.
국내 사료작물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열풍 건조해 생산한 건초의 추정가격은 1kg당 약 357원 정도이며, 주요 수입 건초인 티머시의 소비자 가격(1kg당 773원)보다 54% 정도 저렴하다. 또한, 열풍 건조로 만든 건초는 수분 함량이 균일해 가격과 품질 면에서 국산 풀사료의 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농진청은 지난 6월부터 풀사료 주요 생산지인 경주에서 현장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9월 익산에서 시범운영도 준비하고 있다. 농진청은 2023년 신기술보급 사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풀사료 생산기반 확충사업'을 연계해 풀사료 생산 경영체와 유통센터 보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김영일 경주 불국사 풀사료 영농조합 대표는 "그 동안 사료작물 수확철에 비가 올 경우 건초를 만들 방법이 없었지만 열풍 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을 이용 후, 날씨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건초를 생산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범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열풍 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이 풀사료 생산 경영체와 유통센터를 중심으로 보급이 확산된다면, 비싸고 수급이 불안한 수입 건초를 대체할 수 있고 국산 풀사료의 품질 향상과 규격화로 국내 축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