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암 조기진단…'액체생검' 전성시대 열릴까

입력 2022-08-01 16:35 수정 2022-08-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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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진단 시장이 성장하면서 암 조기진단 수요가 커지고 있다. 암은 일찍 발견하면 90% 이상 치료가 가능한 질병인 만큼 국내외 의료계에서 조기진단 기술의 폭넓은 상용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 암 검사보다 편의성과 정확도가 높은 액체생검이 주목받고 있다. 액체생검이란 환자의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조직검사와 같은 침습적 시술 없이 혈액 등을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체외진단시장이 해마다 4.8% 성장하는 가운데 액체생검 시장은 24%씩 대폭 확대하고 있어 시장 주도권 놓고 각축전이 예상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21억 달러(약 2조6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혈액 등을 이용한 암 조기검진으로 향후 25년간 미국의 암 사망률을 최소 5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서도 최근 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연구가 활발하다.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액체생검 기술의 글로벌 동향과 국내 상용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포럼(K-Cancer MoonShot: 액체생검 기술 상용화)이 열렸다.

암 조기진단 액체생검 기술 '온코캐치(ONCHCATCH)'를 개발한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의 신상철 대표는 포럼 축사를 통해 "현대의학은 암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EDGC를 비롯한 글로벌 유전체기업이 개발한 액체생검 첨단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성훈 EDGC 사장은 "현재 쓰이는 종양표지자 검사는 암에 걸렸을 경우 많이 감지되는 단백질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정확도가 높지 않아 암 조기진단에는 사용할 수 없다"면서 "액체생검은 혈액 속의 암 DNA를 분석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암 사망자 숫자는 2020년 기준 1010만 명으로 집계됐다. 암은 1·2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조사 결과 암 조기진단을 통해 암 환자의 사망률이 평균 35% 감소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8만1567명으로, 조기진단하면 연간 2만8548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암 조기진단으로 치료 비용을 줄어드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환자 1명당 평균 3381만 원의 치료 비용이 발생하는데, 해마다 국내에서는 약 1조 원, 전 세계적으로는 120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사장은 "EDGC가 지난해 특허 출원한 온코캐치는 대장암, 폐암, 유방암에서 미국의 액체생검 선도 기업 그레일(Grail)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면서 "이를 10대 암으로 확장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연구하는 한편,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체외진단기기 3등급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리버만(Toiwa A. Libermann) 미국 하버드 메디컬 스쿨 교수가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Cancer MoonShot: 액체생검 기술 상용화'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리버만(Toiwa A. Libermann) 미국 하버드 메디컬 스쿨 교수가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Cancer MoonShot: 액체생검 기술 상용화'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액체생검을 통한 암 조기진단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도 지적됐다. 새로운 기술이란 점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생소하고, 검사 비용이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승완 대한종합건강관리학회 국장은 "내시경이나 CT 촬영 등을 거쳐야 확실한 진단이 가능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보조적 검사로만 활용되고 있다"면서 "중심적 검사로 자리잡아야 건강검진에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의 선제적인 규제 완화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종원 서울삼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된 배경에는 정부의 사전 규제 완화가 작용했다"면서 "(액체생검을 통한 암 조기진단이 정착하려면) 정부가 어떻게 선도적으로 규제 완화를 해나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액체생검 기반 암 조기진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EDGC, GC지놈, 젠큐릭스, 지노믹트리, 싸이토젠 등이 있다.

EDGC의 온코캐치는 암세포가 자라기 전인 0.5기에 선별검사를 통해 다중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세포 유리 DNA(cfDNA) 메틸레이션 기반 원천기술이다. 10대암 전체 검진률의 전체 민감도와 특이도를 9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국내외 다수 기관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젠큐릭스는 액체생검 간암 조기진단 검사 헤파이디엑스(HEPA eDX)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소량의 혈액으로 간암을 발병 초기부터 진단하며 재발 모니터링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GC지놈은 올해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 학술대회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액체생검을 포스터 발표했다. cfDNA에 대한 전장유전체분석을 통해 주요 9종 암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암 환자군이 특징적으로 갖는 유전체 패턴을 학습한 딥러닝 AI를 활용해 기존 액체생검보다 민감하게 암의 이상 패턴을 검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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