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간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약 50조원 달해
신흥국 금융위기 가속화 위험 고조
국제금융협회(IIF) 집계에 따르면 신흥시장에서는 7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IF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 기간 순유출된 금액은 총 380억 달러(약 50조 원)에 이른다. 7월 한 달간 순유출된 외국인 자금만 105억 달러에 달했다.
FT는 많은 중·저소득 국가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차입 비용이 늘면서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회복되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공격적인 금리 인상, 경기침체 불안,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신흥국 외화채권 펀드에서 인출된 돈은 300억 달러에 달한다.
급격한 자금 이탈은 신흥국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는 금융위기를 한층 악화시킬 위험도 높이고 있다.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를 선언한 상태며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도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FT가 JP모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소 20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 외화 표시 국채가 미국 국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수준의 수익률 격차는 심각한 재정적 스트레스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된다.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전반에 걸쳐 더 많은 나라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외부 경제 상황이 신흥시장에 유리하게 바뀔 수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애덤 울프 앱솔루트스트래터지리서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연준의 입장이 이전과는 매우 다르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기침체를 감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는 “세계 최대 신흥시장인 중국의 경기 회복 조짐도 거의 없다”며 “중국 금융시스템은 지난 1년의 불황으로 압박을 받고 있고, 다른 신흥국에 재융자할 능력이 크게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다른 신흥국들의 수출을 이끌고, 자금 조달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위축은 그에 의존하는 다른 국가 회복도 제한할 수 있다고 FT는 부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