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자·다자간 협정으로 통상 규범 도입...현재 12개국
"디지털 통상 규범, 형성 단계부터 업계 이해 반영해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강대국들이 펼치는 디지털 통상 규범 주도권 경쟁에 우리 업계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일 발표한 ‘미·중·유럽연합(EU)의 디지털 통상 삼국지 및 우리나라 현황’에 따르면, 전자적 거래수단의 발달과 기존 재화의 디지털화로 무역의 주요 대상도 상품에서 데이터 및 서비스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미국, 중국, EU는 자국 중심의 데이터 정책을 글로벌 디지털 통상 규범으로 만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각국의 디지털 경제 정책을 살펴보면, 먼저 미국은 디지털 기업에 의한 통제, 즉 시장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술우위를 지닌 미국 기업들의 신시장 개척을 위해 정책적으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가가 디지털 경제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광범위한 규정을 통해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을 규제하고 있다. EU는 개인의 기본권에 기반을 둔 데이터 통제를 지향한다.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EU와 비슷한 국가이거나 EU 역내라면 데이터 이전을 자유로이 허용하지만, 보호 수준이 충분치 않다면 데이터의 이전이 매우 까다롭다.
각국은 시장 접근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국의 디지털 경제 원칙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은 지역무역협정에 미국 중심의 디지털 통상 규범을 포함하고 있고,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 등 신흥국에 대한 디지털 인프라 지원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EU는 EU와 동등한 수준의 제도 도입을 요구하며, 역내법의 역외적용 방식으로 EU의 디지털 통상 규범 확산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자 및 복수국간 무역협정을 통해 디지털 통상 규범을 도입하고 있다. 2005년 발효된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현재 12개 지역과의 FTA에서 전자상거래 규정을 담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 통상 협정인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한-싱 DPA)’이 타결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존 한-싱가포르 FTA의 전자상거래 규범에 더해 핀테크,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에 관한 규범까지 도입된다. 공식 서명을 준비 중인 한-싱 DPA는 제도적 상호 운영성과 호환성을 강조하고, 국제표준 개발에 참여할 의무도 부여하고 있어 우리의 디지털 통상 규범의 범위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정해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디지털 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치듯, 디지털 통상 규범의 형성은 디지털 기업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수출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디지털 통상 규범의 형성 단계에서 우리 업계의 이해를 반영하고 시장진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