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지수는 2013년 3월 이후 최저
치솟는 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반영
여름철 ‘보복 여행’ 수요도 고유가에 주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일제히 2%대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 소비자들의 비관적인 경기 전망이 지표로 확인되면서 투자심리도 같이 같이 위축된 영향이다.
이날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6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98.7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103.2)보다 크게 하락한 것이자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향후 6개월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지수는 전월의 73.7에서 66.4로 크게 떨어져 2013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휘발유와 식음료 가격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와 고용시장, 소득 측면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비관 모드’가 더 짙어졌음을 의미한다.
여름철 ‘보복 여행’도 치솟는 유가에 수요가 주춤하고 있다.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동안 자동차로 휴가를 떠날 계획인 미국인은 이달 전체의 22.7%까지 떨어졌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전국 단위 이동제한이 있던 2020년 여름을 제외하면 4년 만에 최저치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 심리마저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월가에서는 경기침체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방송에 나와 “공급망 문제가 2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미 경기침체에 있다”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적으로 장기적인 침체가 일어날 확률을 60% 정도로 점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표 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내부적으로 올해 소비자금융(소매금융) 손실이 12억 달러(약 1조554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당시 이 은행이 계상했던 손실액 10억 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경기 악화로 대손충당금이 늘어날 경우 손실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성장이 둔화하겠지만,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 이하로 내려오겠지만, 마이너스 성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