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제조업 재고, 10년래 최대 2416조원…경기침체 리스크 가중

공급망 문제부터 수요 기대 비축까지 복합적 이유
삼성전자, 44억 달러로 재고 가장 많이 늘어
인플레에 수요 줄면서 과잉재고 문제 커져

▲중국 옌타이항에서 지난해 12월 7일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옌타이/AP뉴시스

전 세계 제조업체들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재고는 과잉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소비는 둔화하면서 경기침체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을 인용해 글로벌 2349개 제조업 상장사들이 보유한 재고가 3월 말 1조8696억 달러(약 2416조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대비 약 970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이 기간 증가분과 절대액 모두 10년 만에 최대치로 집계됐다. 증가율도 5.5%를 기록해 미·중 무역마찰에 대한 우려가 컸던 2018년 3월(6.1%) 이후 가장 높았다.

재고가 눈에 띄게 늘어난 데는 공급망 차질로 인한 제품 이동의 어려움과 품귀 현상에 대비한 의도적인 비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감소에 따른 경제 재개를 기대한 재고 확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재고는 제조업 12개 업종에서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기와 자동차, 기계 등 3업종 재고가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미국 달러 기준 재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삼성전자로, 약 44억 달러(13%) 증가한 392억 달러에 달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1분기 매출은 직전분기와 거의 같았지만, 공급망 혼란에 따른 여파로 원재료를 쌓아 놓은 게 주원인이 됐다.

같은 기간 미국 포드는 매출이 8% 줄었지만, 재고는 21% 증가했고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재고가 9% 늘었다. 공급망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량을 늘린 것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품 출하가 멈춘 것이 영향을 줬다.

PC와 가전 등 일부 제품에선 과잉재고 우려도 나온다. 재고가 며칠 만에 자리바꿈하는지를 보여주는 재고 회전일수는 1분기 81.1일로, 직전 분기보다 3.6일 길어졌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던 2020년 1~3분기를 제외하면 이 역시 10년 만에 최장 기간이다.

문제는 이러한 높은 수준의 재고에 느린 소비가 더해지면서 경기침체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서 수요가 회복하면서 재고를 쌓기 시작한 기업들은 이제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둔화라는 새 문제에 직면했다.

실제로 1분기 전 세계 제조업 매출은 전분기보다 3% 줄었다. 미국과 유럽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경기 위축 판단 기준선인 50에 가까워지고 있고, 중국 PMI는 5월까지 3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닛케이는 “이미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줄면서 가전 업종 등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며 “기업이 재고 조정으로 돌아서면 생산 활동을 줄여 경기를 끌어내릴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