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단순한 사회공헌과 친환경 실천 등을 넘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다양한 정보·환경 등 인증에 더해 사외이사 비율 확대와 독립성 강화로 경영 투명성 확보에 적극적이다. 또한 탄소배출 저감,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 사용 등으로 환경 이슈에도 대응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국제적인 ESG 평가에 기반해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에 나서면서 국내도 ESG 경영 고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K-제약바이오’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다 체계적인 ESG 경영 도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28일 열린 ‘제약바이오와 ESG’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평가와 향후 대응 전략 등이 제시됐다.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그룹장은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은 ESG 경영환경에서 공통적으로 주요한 핵심 이슈들에 대한 경영 전략, 정책 및 활동을 포함한 성과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공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제약바이오 산업이 추진할 ESG 경영 추진 방향 4가지를 제시했다. 이 그룹장은 △ESG 경영 현황 및 수준 진단을 통한 ESG 경영 과제 및 로드맵 수립 △ESG경영 관련 규제 동향 및 리스크 운영관리 체계 고도화 △전략적 대응을 위한 공시 및 커뮤니케이션 기반 구축 △ESG 경영 실행력 강화를 위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 및 기능(Function)별 역량 강화 등이다.
소순종 동아에스티 지속가능경영실장(전무)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ESG 경영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 전무는 “ESG 도입 초기 주로 상위제약사 위주로 도입 및 활동했으나 매년 ESG를 도입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며 “ESG 전담팀을 신설하고 ESG 관련 인증을 받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ES 경영 강화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 △ESG 경영에 대한 KPI(핵심성과지료) 반영 및 성과평가 △전 임직원의 ESG 경영에 대한 공감대 형성 필요 △외부 자문을 활용한 체계적인 접근 △ESG 외부평가를 통한 지속적인 점검 및 개선 △기업별 특성을 고려한 ESG 이슈 선정 및 관리 등의 대안을 제안했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발생하는 환경 이슈, 과거 의약품리베이트 등 사회적 책임 문제, 국내 제약기업의 특성인 오너 중심 지배구조 등으로 ESG 경영에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다양한 ESG 경영 도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세연·김형수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공동 발표를 통해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인증을 통해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세연·김형수 연구위원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환경 분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JW중외제약, 동아에스티 등 16개 업체가 ISO14001(환경경영) 인증을 받았고, 종근당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3개 기업은 ISO50001(에너지경영)을 받아 운영 중이다. 또한 한미약품은 일부제품에 대해 이중포장을 없애 단일 포장으로 변경했고, 동아제약은 재활용이 용이한 무색 페트병으로 포장용기를 변경했다.
또한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은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운영 중이며, ISO37001(부패방지경영), ISO37301(컴플라이언스경영), ISO27001(정보보안경영), ISO27701(개인정보보호) 인증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 효율화, 이사회와 감사 역할 강화를 통한 경영 투명성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대해 박세연·김형수 연구위원은 “글로벌 제약사와 거래관계를 체결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 체계에 선제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최근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ESG 경영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유한양행은 28일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으로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표준 규격인 준법경영시스템 ISO37301 및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37001의 통합인증을 획득했다. 유한양행 측은 “이번 인증을 통해 회사 경영 전반의 준법 및 부패방지 시스템 및 대응 체계가 글로벌 수준에 부합함을 인정 받게 된 것”이라며 “유한양행은 창업 이래 신뢰와 정직의 기업문화를 키워온 만큼, 이번 통합인증을 계기로 한 발 더 나아가 자발적인 컴플라이언스 문화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ESG경영 성과와 비전을 담은 첫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던 보령은 28일자로 한국품질재단으로부터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 보고서(온실가스 인벤토리)’에 대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제3자 검증을 완료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은 탄소중립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보령은 지난해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인증을 취득하고, 가스 및 전기 사용량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공조기 BMS에너지 절감모드 개발, 대기방지시설 투자 등 환경을 오염을 줄여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배민제 보령 경영지원본부장은 “온실가스 배출 원인과 배출량을 파악하는 제3자 검증을 통해 전사 차원의 탄소배출 통합관리가 한층 고도화됐다”며 “환경경영을 포함해, 기업시민의 책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ESG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7일 재무·비재무적 성과와 사회적책임 이행을 위한 노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2021년 그룹 통합보고서 ‘가마솥(GAMASOT)’을 발행했다. ‘가마솥’은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정신 ‘정도, 성실, 배려’의 뿌리가 된 ‘가마솥 정신’에서 착안한 것으로, 창업주 고(故) 강중희 회장이 궁핍했던 시절에도 집에 찾아온 모든 손님에게 직접 가마솥으로 지은 밥을 제공하고자 했던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따뜻한 마음가짐이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혁신 추구, 변화 주도, 상호 신뢰, 함께 성장의 핵심 가치를 성실히 실행하고 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동아쏘시오그룹이 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미약품도 최근 ESG 보고서 발간을 통해 회사의 ESG 경영 고도화 내용을 적극 알린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품질과 안전 이슈는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인증과 사회공헌, 친환경 정책 등 ESG 경영 고도화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내부 투명경영 강화, 직원과 고객 만족 등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의 ESG 경영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