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도 ESG경영 도입…지속가능성에 힘 쏟는다 [달라진 제약업계③]

입력 2022-06-06 11:21 수정 2022-06-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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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이 달라졌다. 정장과 넥타이가 아닌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복장 자율화는 기본에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을 통한 교육과 인공지능(AI) 면접으로 직원을 뽑는다. 스마트오피스 운영에 자율 출퇴근제, 재택근무 활성화 등 탄력적인 근무형태를 도입하고,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직급 호칭도 없앴다. [달라진 제약업계] 시리즈로 조직문화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나선 제약업계의 노력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청바지 입고 회사 가고, 호칭은 ‘님’
②자율출퇴근에 메타버스로 소통, 면접은 AI가
③ESG 경영 도입, 지속가능에 힘쏟는 제약기업

▲동아에스티은 2022년 연천군 평화의 숲 조성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은 2022년 연천군 평화의 숲 조성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동아에스티)

지속가능경영에 공들이는 제약기업들…ESG 경영 속도 낸다

제약업계도 투명 경영, 사회공헌, 친환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의약품 리베이트로 몸살(?)을 겪었던 제약업계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2007년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을 도입해 왔다. 이어 2014년 기업윤리강령 및 표준내규를 담은 ‘기업윤리헌장’ 선포, 2017년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규격 ISO37001인증 도입 등 투명경영 실천 의지를 다져왔다.

실제 최근 제약바이오업계 ESG 경영 도입은 활발하다. 소순종 동아에스티 전무는 올 2월 발간된 ‘2022 KPBMA 제약바이오산업 윤리경영보고서-제약바이오산업의 ESG와 윤리경영’를 통해 주요 기업들의 ESG 활성화 이유로 △ESG공시 의무화 △국가별 온실가스감축 △소비자 인식 변화, 주주 행동주의 확대 △코로나 후 지속가능 가치창출 확대 등을 꼽았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ESG 도입 수준은 아직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 전무 발표에 의하면 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해 11월 3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ESG 도입현황 설문을 시행한 결과, ESG 경영을 도입한 제약사는 34.4%, 준비 중인 제약사는 40%였다. 도입 계획이 없는 제약사도 25.7%에 달했다. ESG 관리 담당 부서를 운영 중인 제약사는 20%, 준비 중 제약사는 34.3%였다.

또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 ESG 도입 현황을 평가한 결과, 유가증권 상장사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다만 환경 분야는 타 산업군에 비해 취약했고, 사회 분야 지역사회, 지배구조 경영투명성 부문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업지배구조원에서 평가 받은 제약사 47곳 중 14곳이 전년 대비 등급이 상향됐지만, A+이상 등급을 받은 제약사는 없었다. 지주사를 제외하고 ESG 경영을 잘하는 제약사로 A등급을 받은 곳은 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일동제약, 종근당, 한독, 한미약품 7개였다.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22년 제약바이오산업 윤리경영보고서)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22년 제약바이오산업 윤리경영보고서)

기업별로 동아에스티는 2007년 CP 도입 후 제약업계 최초 컴플라이언스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어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37001) 구축, 2019년 사회적가치위원회 출범과 전사적 지속가능경영(ESG) 실천,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인증) 구축, 이사회 분리 등으로 ESG 경영에 적극적이다. 또한 2004년부터 시작된 ‘청소년 환경사랑 생명사랑 교실’ 운영, 2018년 ‘도시의 숲’ 조성, 비무장지대 ‘평화의 숲’ 조성 등 사회적 책임(CSR) 실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아제약, 에스티팜 등 동아쏘시오그룹은 최근 자발적 탄소중립 활동과 기후변화 대응 실천에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전 그룹사 대상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제3자 검증을 완료하고, 지난달 17일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성명서를 수여받았다고 밝혔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자발적 제3자 검증은 탄소중립과 ESG 경영을 시작하는 기업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생명과 인간, 자연을 존중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친환경 가치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 기업 최초로 A등급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환경 부문에서는 글로벌 표준 에너지경영시스템(ISO 50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 도입과 함께 사업장 내 LED조명 교체, 전기차 도입 등 에너지 절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건설 중인 신규 공장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친환경 냉매를 적용하는 등 자원순환형 사업장 구축도 추진한다. 사회(Social) 부문에서 청소년 교육 강화와 산학 협력, 장학 멘토링 지원, 소외 계층 의료 및 보육 지원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JW그룹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JW그룹 전 임직원 실천 프로젝트 ‘JW 그린 캠페인’ 안건도 의결했다. 이어 4월 JW홀딩스, JW중외제약, JW신약, JW생명과학 등 그룹사 임직원 대상 ‘웨이크업(Wake-Up) 텀블러’ 캠페인을 펼쳤다.

▲JW그룹은 ESG 경영의 전사적 확산을 위해 지난 4월 ‘웨이크업(Wake-Up) 텀블러’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제공=JW그룹)
▲JW그룹은 ESG 경영의 전사적 확산을 위해 지난 4월 ‘웨이크업(Wake-Up) 텀블러’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제공=JW그룹)

창업 이념인 생명존중을 기반으로 4월에는 소비자중심경영(Consumer Centered Management, CCM) 선포식을 열고, ‘CCM위원회’를 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JW가 그동안 혁신 신약 개발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환자 중심의 경영 철학과 사회적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해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도 2007년 CP 도입 후 다양한 ESG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회사 측은 올해는 ESG경영 및 AI를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단계 발전된 CP문화 도입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업지배구조원에서 ESG 평가 A등급을 받은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도 꾸준하다. 앞서 일동제약은 UN지원SDGs협회가 주관하는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경영지수에 3년 연속(2019~2021년) 1위 그룹에 선정된 바 있다. 회사 측은 “ESG 경영 기조를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상생 및 협력, 지속 가능한 기업활동을 추구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0월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는 UN 산하기구인 UNGC(UN Global Compact)에 가입했다. UNGC는 전 세계에 조직을 구축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시민의식 향상을 도모하는 UN산하 전문기구다. 핵심 가치인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분야의 10대 원칙을 중심으로 기업의 지속가능 발전과 기업시민 의식 향상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 한미약품은 △CSR 위원회 설립 △제약업계 지속가능경영 1위 선정(한국표준협회) △국내기업 최초 공정위 CP등급 AAA 획득(공정거래위원회) △환경·보건안전경영시스템 100% 인증(ISO 14001, ISO 45001) 등 지속가능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나눔으로 사회적책임 실천…‘직원 행복’도 지속가능 경영 일환

사회공헌을 강화로 실천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동국제약은 체계적인 임직원 봉사활동 수행을 위해 2014년 ‘인사돌플러스 사랑봉사단’을 출범시키고, 사랑의 연탄 나눔, 문화재 지킴이, 1사 1하천 가꾸기, 사랑의 빵 만들기 등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종근당은 2009년부터 생명 나눔과 헌혈문화 확산을 위해 혈액 수급량이 부족한 여름철마다 정기적으로 헌혈 캠페인에 참여한다. 전국 5개 사업장이 참여하며, 현혈증은 소아암으로 투병중인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또한 2011년부터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우들의 치료비로 지원하는 기부형 마라톤대회에 직접 참가하고 있고, 매년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쓰담쓰담(쓰레기 줍기) 걷기 캠페인 등의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령은 이색적인 직원참여형 사회공헌 캠페인도 펼쳐나가고 있다. 수어부터 나레이션까지 보령 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BR Reader 오디오북’은 장애·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9월 처음 선보인 영상도서다. 보령은 한국수필문학진흥회와 함께 제정하고 시행중인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의 대상 수상작품을 영상도서로 제작해 매달 2편씩 보령제약 유튜브를 통해 소개해왔다.

▲보령제약 수어오디오북 화면 (사진제공=보령)
▲보령제약 수어오디오북 화면 (사진제공=보령)

보령에 따르면 BR Reader 오디오북은 기존의 책자 형태의 작품집에서 벗어나 오디오와 수어로 작품을 읽어 줌으로써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JW그룹은 국내 최초의 기업 주최 장애인 미술 공모전인 ‘JW 아트 어워즈’를 매년 열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으로 구성된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을 20년째 후원하고 있다. 또한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장애인 예술인들의 환경 개선을 위한 ‘JW 유니버설 디자인 창작 공간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기업은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 개발로 기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 어는 기업군보다 투명, 윤리, 공정, 사회공헌, 이웃사랑, 고객 등의 가치가 중요하다”며 “시대에 맞게 변화하겠지만 소비자와 회사 구성원, 그리고 사회, 환경을 위한 제약기업들의 노력은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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