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통해 성능 수시로 점검
재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야
“특정 시점까지 무공해차 전환 달성에 몰입하는 대신,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운행 조건이 실제 ‘친환경’으로 거듭날 수 있는 선행조건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는 동안에는 하이브리드차 등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박용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임이사는 1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무공해차 전환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 관련 경제성·안정성, 전력 생산 구조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이사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장 큰 차이인 ‘배터리’에 관한 인프라 구축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생산 비용의 70% 이상이 원자잿값이다”며 “우리나라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폐배터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역 수지, 친환경 측면에서 전기차 정책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박 상임이사는 ‘전기차 배터리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꼽았다. 이는 배터리를 생산한 뒤 실제 사용하는 과정에서 충전 시마다 배터리의 상태와 성능 점검을 시행하고 이를 데이터화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 중인 배터리의 위험을 예측해 안정성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폐배터리가 됐을 때 재사용할 수 있는 좋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 현재 2~3일 소요되는 폐배터리 잔존 가치 평가에도 더 적은 시간을 들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박 상임이사는 “사용 중 관리하지 않은 채 폐배터리가 된 후 재사용하기엔 안정성, 경제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 예측, 폐배터리 활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상임이사는 실질적인 친환경을 위한 전력 구조와 세제 혜택 개선도 필요조건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유럽 등 해외국가와 달리 적극적인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급격한 전기차 전환은 오히려 에너지원인 전력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또 전문가들은 전기차 확대 과정에서 전기차에 투입되는 정부 보조금 등 국가 전체가 부담하는 실제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 급격한 전기차 전환에 따른 부담도 크다고 지적한다.
세제 혜택도 전기차 중심이 아닌,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전기차 전환’을 위한 정책이 아닌, ‘친환경차 전환’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다. 현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탄소배출량에 논란이 있는 단계이므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혜택을 일방적으로 줄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 상임이사 역시 “단순하게 전기차냐 아니냐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로 친환경차 정책을 확대하기보다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것도 포함해 일정한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배출되느냐에 따라 세제 혜택의 기준을 정립하는 게 오히려 효율적이다”며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 전, 경제성과 전력생산 구조 보완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