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당면과제 중 하나는 재정 건전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를 통해 재정과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 고질적인 저출산·고령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연금재정 건전성은 추세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숙제다.
◇“강력한 지출 효율화”…증세는 빠져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제도화를 추진하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는 재정 건전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기준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3.2%,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한 35조 원 안팎의 2차 추경 편성을 공언했다. 본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 가능한 재원이 많아야 10조 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25조 원가량의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올해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는 3.3%, 국가채무비율은 50.2% 수준으로 확대된다.
내년도 예산안부터 본격적인 재정 건전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재정 건전화 방안은 저성과·관행적 보조사업 정비, 코로나19 한시사업 등의 정상화, 민간투자 활성화, 국유재산 개발·활용 확대, 재정사업 성과평가제도 정비 정도다. 대표 복지공약인 부모급여 도입(월 100만 원), 기초연금 인상(30만 원→40만 원)에만 연간 10조 원 이상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정여력은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분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강력한 재정 건전화 수단인 세수 사각지대 축소와 부가가치세 인상 등 증세는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국민연금 개혁, 이번에는?
국민연금 개혁은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적립기금 소진 시기와 연간 재정수지를 예상하고, 이를 토대로 한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 다음 재정계산 시점은 내년이다. 그런데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이후 15년째 중단된 상태다. 연금 개혁이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정부·여당이 재정 건전화 방안이 포함된 개혁을 미뤄서다. 같은 이유로 야당도 국민연금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다음 총선은 2024년이다. 내년에 개혁안이 제출돼도 즉시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도 구체적인 개혁 방향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인수위는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구축으로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단, 국정과제에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가 포함된 점에 미루어 재정 건전화는 보험료율 인상보다 소득대체율 하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의무화로 연금소득이 높아지면, 그만큼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의 필요 소득대체율은 낮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