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선 D-1...‘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36년만에 대통령궁 입성하나

입력 2022-05-08 11:23 수정 2022-05-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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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서 마르코스, 지지율 56%...경쟁후보와 두 배 차이
유권자 50% 이상이 독재자 통치 경험 없는 젊은층
두테르테 ‘친중’ 행보 이어갈 가능성 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파라냐케에서 마지막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파라냐케/AP뉴시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파라냐케에서 마지막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파라냐케/AP뉴시스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64) 전 상원의원의 당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필리핀은 오는 9일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해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 외에도 1만8000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선출한다.

필리핀 안팎의 관심은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의 당선 여부다. 최근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상황이다. 현지 조사기관 펄스아시아가 지난달 16~21일 24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마르코스는 56%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23%)보다 지지율이 두 배 높다.

부통령 선거에서는 마르코스의 러닝메이트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 사라(43)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55%의 지지율로 빈센트 소토 상원의장(18%)을 3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마르코스는 독재자인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마르코스 일가가 36년 만에 대통령궁에 재입성하는 것이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정권을 잡은 뒤 7년이 지난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 명의 반대파를 체포해 고문하고 살해하면서 악명을 떨쳤다. 어머니 이멜다는 1986년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습격했을 당시 3000켤레가 넘는 명품 신발 컬렉션으로 필리핀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1986년까지 20년 가까이 집권한 독재자 마르코스의 과거 잔혹하고 부패한 통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그의 아들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필리핀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독재자를 경험한 적 없는 젊은 층이라는 것이 그 배경에 있다고 분석했다. CNBC에 따르면 투표권을 가진 필리핀 국민 50% 이상이 18~41세 사이의 연령층이다.

봉봉 마르코스는 아버지가 필리핀에 계엄령을 선포했을 당시 15세였다. 그는 ‘다시 함께 일어서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과거 필리핀의 위대함을 되살리자는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

봉봉 마르코스가 당선될 경우 필리핀의 친중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필리핀은 미국의 전통적인 군사 동맹국이었으나 2016년 당선된 두테르테 대통령은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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