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씨(39)는 출근 길 편의점에서 아침 식사를 챙긴다. 편의점의 아메리카노 커피는 1000원에서 지난달부터 1300원으로 30%나 올랐고 구운달걀은 1800원에서 2100원으로 올라 간단한 아침 식사 값만 23% 가량 상승했다. 출근길에 주유소에 들렀더니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은 탓인지 여전히 가격이 고공행진중이다. 경유차 기준 40리터를 주유할때 지난 해에는 5만3300원 가량이 들었던데 비해 올해는 7만6256원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점심 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식사하러 간 회사 근처 식당에서는 칼국수, 자장면 등 대부분의 메뉴가 1000~2000원 올라 1만 원 이하 메뉴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코로나 이후 즐기게된 ‘홈술’로 퇴근길에 사던 맥주, 소주도 다 올랐다. 수제맥주는 4캔에 1만 원에서 1만1000원으로, 소주는 1166원으로 7.9%가 올랐다.
#김 씨의 아내 이 모씨(36)는 아이들 하교 길에 집 앞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렀다. 빵 가격이 지난해부터 계속 올라 빵 하나에 거의 2000원에 육박한다. 저녁거리를 준비하러 간 마트에서는 채소, 과일, 육류, 가공식품까지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은 것이 없어 선뜻 바구니에 담지 못하다 품목을 줄여 계산대로 향했다. 저녁 식사후엔 아이들 야식으로 치킨을 배달시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들은 한마리에 2만 원대를 넘어서 이제 간식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6개월 만에 4.8%까지 오르면서 서민 살림살이에 경고등이 켜졌다.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4.8%는 물가 거품이 심각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2008년 10월) 수준이다.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도 7.2%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밀가루가격 상승으로 3월 서울지역 자장면 값은 평균 5846원으로 지난 해 3월에 비해 9.4% 올랐고, 같은 기간 칼국수 값은 7462원에서 8115원으로 8.8%, 냉면값은 9962원으로 9.7% 비싸졌다.
올들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옥수수,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공식품도 줄줄이 올랐다. 해태제과, 롯데제과, 농심은 허니버터칩, 새우깡, 빼빼로 등 주요 과자 가격을 6~16% 올렸고, 농심과 오뚜기, 삼양라면 등도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롯데칠성의 ‘처음처럼’은 물론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 ‘테라’ 등 소주, 맥주도 출고가격을 평균 7%대 인상했다.
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육류가격도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경락가격에 따르면 4월29일 돼지 전국 경매가격(탕박, 1kg, 제주제외)은 6163원으로, 4월1일(4424원) 대비 약 39% 상승했다.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이 이어져 소비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시장 관계자는 “기후위기에 전쟁까지 겹쳐 파종이 힘들어지면서 밀가루, 옥수수 등의 곡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라면·제과·제빵 등 식품 업체들이 하반기에도 다시 한번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