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교통계획을 심의하는 기구인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교통위원회가 2015년부터 최근까지 단 한 차례도 모이지 않고 서면으로만 심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촉직 위원 9명이 정권이 3번 바뀌는 10년간 최대 3차례나 중복으로 위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수백조 원의 예산이 필요한 교통계획을 심의하는 위원회가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9일 공공교통네트워크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교통위원회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15차례의 회의를 열고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변경(안), 제2차 복합환승센터 개발 기본계획(안), 도시교통정비지역 및 교통권역 지정고시(안), 제4차 중기교통계획(2016~2020) 수립(안) 등을 심의했다.
그러나 심의는 15차례 모두 출석이 아닌 서면으로만 이뤄졌다. 서면심의는 출석심의와는 달리 질문이나 토론 없이 주어진 안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제시한 의견을 단순 합산한다.
현행법은 안건의 내용이 경미하거나 회의를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등에는 서면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 6월 29일에 열린 서면 회의부터는 코로나19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이전 11개 회의 전부를 서면으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 공공교통네트워크 관계자는 "한국의 최상위 교통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건 충격을 넘어 한심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행정기관 위원회별 설치현황 및 활동내역서를 보면 국가교통위원회는 국가교통체계에 관한 중요정책을 심의하고 연계교통체계구축 대책의 수립 및 변경을 위해 만들어졌다.
올해 위원회가 서면 심의한 '제4차 대중교통 기본계획'을 예로 들면 한국교통연구원이 연구용역을 통해 계획안을 마련하고 국토부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최종안을 마련한다. 이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획을 확정·고시한다.
위원회가 심의하는 사업 대부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제5차 중기교통시설투자계획의 경우 5년간 160조1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수백조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들이 서면심의를 거쳐 확정되고 있는 셈이다.
위원회 구성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4차례의 임기 동안 위촉직 위원들을 보면 무려 9명이 겹친다. A 대학교수 2명과 B 대학교수 1명은 무려 3차례나 연임을 했다. 5명은 2차례 연속 혹은 한 임기를 건너뛰고 다시 위촉됐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정권이 3번 바뀌는 시기에 위원들이 겹친다는 건 한국의 교통정책이 사실은 얄팍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