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항공기 운항에 핵심적인 인력의 고용 규모를 유지했다. 국제선 수요가 회복되면 숙련된 인력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할 방침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제출된 상장 항공사 6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 등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슷한 규모의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고용 규모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대한항공(운송부문) 1만4688명 △아시아나항공 8574명 △제주항공 2835명 △진에어 1722명 △티웨이항공 2013명 △에어부산 1274명 등이다. 아시아나항공만 정규직 직원 수가 2년 전보다 240명가량 줄었다.
고용 유지는 항공사의 의지와 직원들의 고통 분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내 항공사는 인력을 감원하지 않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으로 고정비를 충당했다. 항공사 종사자들은 순환 휴직과 무급휴직 등을 감내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노동 유연성이 높은 계약직 직원의 수는 큰 폭으로 줄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신규 채용까지 제한되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업계가 고용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여객 수요가 회복된다면 정상화까지 큰 혼란이 없을 전망이다. 항공산업은 숙련된 인력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종사는 물론이고 승무원, 정비, 현장 등 모든 인력의 축적된 경험이 안정적인 운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력을 대규모 감원한 미국 항공업계는 정상화까지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미국 주요 항공사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여행객이 급감하자 수천 명의 조종사와 승무원을 해고하거나 조기 퇴직시켰다. 아메리칸항공은 5000명을 해고했고, 델타항공은 조종사와 승무원 9만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 결정은 1년 뒤 자충수가 됐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지난해 말부터 항공편 수요가 급속히 늘자 미국 항공사들은 다시 수천 명의 인력을 충원하기 시작했는데, 채용과 교육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항공편이 대거 결항하는 사태를 겪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 승무원 등 인력을 감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만 하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미국에서 벌어진 것과 유사한 인력난을 겪을 우려도 없다”며 “이미 국제선 수요 회복에 앞서 재교육과 훈련을 시작한 상황”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