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현대차·기아도 중고차 판다...3년 공회전 마침표

입력 2022-03-17 21:52 수정 2022-03-1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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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 등 대기업(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019년 이후 3년간 결론내지 못한 채 공회전 하던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가 결국 개방하는 쪽으로 매듭을 지었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매매시장의 중고차 주차장에 1400여대의 차가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
▲현대차, 기아 등 대기업(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019년 이후 3년간 결론내지 못한 채 공회전 하던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가 결국 개방하는 쪽으로 매듭을 지었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매매시장의 중고차 주차장에 1400여대의 차가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019년 이후 3년간 결론 내지 못한 채 공회전 하던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가 결국 개방하는 쪽으로 매듭을 지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중고자동차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개최하고 '중고자동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심의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민간위원 15명으로 구성된다.

이같은 결정 이유로 심의위는 도소매업이나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 대비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중고차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인 데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 확대도 요인으로 꼽았다. 대기업 간 역차별 문제 등도 고려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연평균 매출액이 크고, 무급가족 종사자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지정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대기업 간 역차별 문제,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시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사업 조정심의회’가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중고차 시장 개방, 공회전만 3년

중고차 시장 개방 문제는 지난 2019년부터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앞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 진입이 막혔고, 이 기한이 2019년 만료됐다. 당시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이 시장에 발을 들이면 생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동반위는 같은해 11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소비자의 편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다.

중고차 시장 개방 문제가 제자리 걸음을 시작한 건 이 때부터다. 동반위가 부적합 판정을 내린 만큼 중기부 심의위가 이를 받아들여 시장을 개방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2년 넘게 결론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기부, 완성차 업계, 중고차 업계 등과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해 중재에 나섰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완성차 업계는 사업자와 개인 거래 물량 250만대 중 10%인 25만 대까지 취급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사업자 물량(130만대)의 10%인 13만 대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중고차 시장 개방 결정이 지지부진하자 완성차 업계는 지난해 12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아달라고 반발하며 사업조정 신청을 제출했고, 중기부는 이를 받아들여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레몬시장' 중고차 시장..."신뢰 확보, 소비자 후생 증진 고려"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꼽힌다. 판매자가 차량 주행거리나 성능상태 등의 정보를 독식해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이 상대적으로 심해서다.

실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여론은 상당하다. 소비자운동단체 컨슈머워치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소비자 관점에서 본 중고차시장의 동향과 시사점’ 토론회에서 곽은경 사무총장은 "국내 중고차 시장 관련 34개사의 온라인 뉴스 보도에 달린 총 285개 댓글을 분석한 결과, 현행 중고차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총 233개로 전체의 82.1%에 달했다"며 "시장불신으로 인해 당사자거래비중이 54.7%로 이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다는게 컨슈머워치의 진단이다.

이날 심의위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미지정한 이유로 "완성차업계의 진출로 중고차 성능・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한 점도 이같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중고차 매매업 바로 시작?

정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지난 7일 5년,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차량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 하고 진출을 위한 기초작업을 다졌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현대차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을 론칭했다. 기아 역시 지난 1월 전북 정읍에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는 등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다만 사업을 곧바로 개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중기부가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업의 사업 개시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영향이다. 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의 적정한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현대자동차 및 기아에 대해 올해 1월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며 "현재 당사자 간 자율조정이 진행 중이고, 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 이후 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한국지엠(GM), 르노삼성ㆍ쌍용차 등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기까지는 약 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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