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가파른 상승 중인 해운주가 주주 환원책으로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건화물 시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올해도 전망이 밝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16일 오후 2시 45분 기준 해운 대장주로 꼽히는 HMM은 전날 대비 0.79%(250원) 오른 3만2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팬오션은 전날 대비 0.55%(40원) 오른 7250원에 거래 중이다. KSS해운(1.32%)도 상승세다.
지난해 고점을 기록한 후 코스피 지수와 함께 동반 하락해오던 해운주들은 지난달부터 반등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5월 고점(5만1100원)을 찍은 후 올해 초 주가가 반토막 났던 HMM은 지난 1월 말(2만1900원) 대비 약 50% 가량 오른 상태다. 팬오션도 비슷하다. 지난해 중순부터 하락세를 이어오다 지난 1월 말(4915원) 부터 약 50% 상승했다.
외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거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 이후 HMM을 2226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동안 순매수 종목 상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외인은 팬오션(354억 원), 대한해운(111억)도 장바구니에 대거 담았다. 기관은 2월 이후 팬오션을 1417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HMM도 130억 원어치 사들였다.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거둔 해운주들은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주환원책으로 일제히 배당 확대에 나섰다.
HMM은 지난해 현금 배당금으로 1주당 600원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010년 기말 배당 이후 11년만의 배당이다. 총 배당금은 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 13조7000억 원, 영업이익 7조3000억 원 등 최대 실적에 힘입은 결정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HMM은 2019년 연말 기준으로 4조5638억 원의 결손금을 가지고 있었다”며 “2년만에 결손금을 모두 지우고, 설비투자도 하고 현금배당까지 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오션도 배당액을 100원으로 높여 잡았다. 1년만에 배당액을 2배 늘린 것이다. 2020년 첫 현금배당에 이어 두번째다. 지속적으로 배당을 실시해온 KSS해운은 주당 배당금을 전년 300원에서 350원으로 올렸다. 대한해운은 아직 현금배당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누적 결손금을 모두 해소하고 잉여금 보유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해운주들의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을 이미 겪어온 해운업체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 크게 줄어들면서 운임과 정제마진이 개선돼온 상태다. 또 연말 성수기 이후 보통 연초에 비수기를 보내는 해운업의 계절적 특성상 3월부터 해운 계약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도 해운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해운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오히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석탄과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들이 수입처를 바꾸면서 해운 건화물 시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교역량은 전세계 물동량의 16% 이상, 석탄은 13% 이상”이라며 “전쟁 발발 이후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던 건화물 시황은 유럽이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던 석탄과 곡물의 수입처를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만큼 운송주들의 투자매력은 부각 될 것”이라며 “원래라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선사들의 부담이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환경에서는 운임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