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폐지 찬성 뜻을 밝힌 반면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폐지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운명은 여야가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 172석의 민주당이 반대하면 여가부 폐지안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건 불가능하다. 민주당을 비롯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김잔디(가명) 씨는 15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금 여성가족부 존폐를 놓고 시끄럽다. 없애느냐 마느냐 하는 표피적 문제보다 난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며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만이 필요한 것이냐는 물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기억하듯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라 부르지조차 않았다”며 “문 정부의 여가부 장관은 ‘국민의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라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윤 당선인이 국민 통합과 협치의 정치를 실현하려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할 게 아니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 선택은 윤 당선인이 내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정부조직법 개편이 아닌, 젠더 갈등에 대응할 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더 나은 여성가족부를 만들기 위해 명칭 변경 및 기능 조정이 필요하고 그 지향점은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비대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떡도 아니고, 일도양단으로 그냥 썰어서 한다는 건 너무 과격하다”며 “공론의 장에서 차분하게 생각해봐야지, 한 줄 공약으로 던져서 호응을 받았다고 해서 그냥 밀어붙인다는 건 너무 성급하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서 “발전지향적인 새로운 모델의 부가 만들어지는 거지, 여가부 하나만 ‘이걸 없애겠다’며 다른 것도 안 만들고, 대안도 없고 이런 게 아니다”라며 폐지에 초점을 맞추지 말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