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산홀딩그룹 대규모 쇼트 포지션 청산이 원인
자동차업계 원자재 가격 부담에 발 동동
현대차 삼원계 배터리보다 20% 싼 LFP 배터리 도입
니켈 선물 가격이 전례 없이 폭등하면서 전기차 시대 개막에 차질이 생겼다.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LFP 배터리가 대안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례 없는 가격 상승에 즉각 니켈 거래 정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거래 재개는 11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LME가 ‘145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니켈 선물 가격은 이날까지 이틀 사이에만 170% 가까이 급등했으며 이날 톤당 10만 달러를 돌파, 역대 최고가인 10만1365달러(약 1억2500만 원)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 공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날 가격 폭등 배경에는 중국 원자재 시장 거물로 통하는 샹광다 칭산홀딩그룹 회장의 대규모 쇼트(매도) 포지션 청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니켈 생산회사인 칭산홀딩그룹의 샹 회장이 LME에서 설정한 쇼트 포지션 물량은 10만 톤에 달했다.
칭산홀딩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하기 이전에 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는데,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마진콜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포지션을 강제 청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가격 하락에 베팅했는데, 반대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칭산홀딩그룹의 손실이 이날까지 총 8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니켈 가격이 뛰면서 전기차 대중화에도 먹구름이 꼈다. 전기차 시대 개화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비싼 가격’ 부담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6만3000달러로, 전체 평균 가격인 4만6000달러보다 35% 비쌌다.
그레골리 밀러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 예측관은 “니켈과 리튬, 기타 소재 가격의 상승은 전기차의 가장 비싼 부분인 배터리의 장기적인 가격 하락 추세를 둔화시키고, 심지어 일시적으로 가격 상승을 야기할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대안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를 선호해 왔다. LFP 배터리는 리튬과 인산철을 원재료로 만들어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약 10~20% 저렴하고 화재 위험성이 낮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NCM, NCA와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LFP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LFP 배터리로 원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크게 확보했다. 이에 지난해 전 차종 보급형 차량에 LFP 배터리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FP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LFP 배터리를 쓰겠다며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현대차는 배터리 타입을 LFP까지 확대하는 등 전기차 판매 규모 확대에 대응한 ‘배터리 종합 전략’을 새로 수립했다. 앞으로 선진 시장·고급차에는 기존 NCM 배터리를, 신흥 시장·중저가차에는 LFP 배터리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은 중국 CATL로부터 받는다. 국내에서는 현재 SK온이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 업체들 위주로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