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 '제2의 학동참사'…건설업계, 중대재해법 반대 명분 사라졌다

입력 2022-01-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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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졌다. (뉴시스)
▲11일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졌다. (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광주 신축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 붕괴 사고로 건설업계의 책임 회피가 더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중대법을 꾸준히 반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에 이어 잇달아 발생한 이번 붕괴 사고를 두고 여론의 뭇매가 거세다. 급기야 건설업계에서 중대재해법을 더이상 반대할 명분도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두고 거세게 반대해왔다. 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로,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넘게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이 넘을 때도 적용한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중대 재해의 경우 7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추락 등 사망사고가 많은 건설업계에선 법률규정이 모호하고, 책임을 오로지 기업에만 전가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법안이 논의되던 2020년 12월 당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아파트 건설 현장은 인력이 많이 투입될 때는 하루에 1000~2000명에 달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개별현장의 안전을 직접 챙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폭넓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무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광주 철거건물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이후 7개월 만에 또다시 사고가 난 만큼 중대재해법을 서둘러 시행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사고 현장 아파트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 시행일인 27일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데다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기보다 하도급을 수주해 실제로 공사를 진행한 기업들의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면서다.

이에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는 생명과 안전보다 현대산업개발의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제2의 학동참사”라며 “재해 발생 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설 현장의 발주, 설계, 감리, 원청, 협력업체 등 건설 현장 전반을 아울러 안전에 대한 각각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11일 사고만 놓고 봤을 땐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사고다.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 수 있다”며 “안전 관련 논의가 끊이지 않는 만큼 이제 건설업계에서도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마냥 반대하는 식으로만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법 시행을 촉구하도록 여론을 더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법 기본 취지를 살리면서 업계 현실과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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