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사업주 처벌 아닌 예방 중심 정책 추진해야”

입력 2021-12-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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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 예정 ‘중대재해처벌법’ 우려…‘산업안전 관련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발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산업안전 관련 사업주 처벌 국제 비교 및 시사점’을 발표하면서 사업주 처벌이 아닌 예방 중심의 산업안전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두고 경총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과도한 사업주 처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주요 외국과의 사업주 처벌수위를 비교해 중대재해예방을 위한 실효성있고 합리적인 산업안전정책 및 법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국가는 유럽, 아시아, 북미 등 12개 국가로 △산업안전 관련 각국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ㆍ형법ㆍ노동법상 사업주 처벌규정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법제를 가진 국가(영국, 호주, 캐나다)의 실태 파악 △처벌 강화 입법에 따른 산재감소 효과를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했다.

▲각국의 안전ㆍ보건조치 위반 및 사망자 발생 시 징역형 및 벌금(과태료)형 비교 (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각국의 안전ㆍ보건조치 위반 및 사망자 발생 시 징역형 및 벌금(과태료)형 비교 (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각국의 안전ㆍ보건조치 위반 및 사망자 발생 시 사업주 처벌 수위’ 부문 조사 결과,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시 처벌 수위는 징역형을 두고 있는 국가들은 최대가 1년 벌금 또는 과태료는 최대 3400만 원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산안법 제168조)인 한국보다 모두 낮았다. 또 징역형 규정이 없거나 벌금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는 국가도 있었다.

사망자 발생의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는 징역형은 3년 이하, 벌금은 1000만 원 내외로 한국보다 낮았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아닌 ‘형법’으로만 책임을 묻고 있는 국가도 있었다.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산안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이다.

아울러 사망사고 반복해서 일으킨 사업주에 대해서 가중처벌을 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 두 곳뿐이었다. 미국은 가중 처벌 수위가 징역형 1년 이하 또는 벌금 2만 달러(약 2300만 원)이하로 우리나라의 10년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 벌금(산안법 제167조)보다 크게 낮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외 실태를 살펴보면 영국의 ‘기업 과실 치사법’은 사망자 발생 시(법인ㆍ단체)에 대한 벌금형만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5배 이내)를 포함한 4중 제재 부과 등 경영자 개인 처벌을 비롯해 훨씬 강한 제재 규정을 도입했다.

호주와 캐나다는 ‘기업 과실 치사법’ 제정국가로 알려져 있으나 별도의 특별법을 제종하지 않았고 우리나라와 같은 ‘산안법’과 ‘형법’을 통해 산재사망 기업과 사업주를 처벌한다.

경총은 ‘처벌 수위 강화 입법과 사망자 감소의 상관관계’에서 “외국뿐 아니라 한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입법이 산재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단부터 한국의 사고 사망자 수 연도별 추이(출처=고용부), 싱가포르의 근로자 10만 명 당 사고 사망자 비율 추이(출처=ILO) (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상단부터 한국의 사고 사망자 수 연도별 추이(출처=고용부), 싱가포르의 근로자 10만 명 당 사고 사망자 비율 추이(출처=ILO) (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특히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은 처벌보다 예방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 영국과 싱가포르는 산업안전정책을 기업의 자율 관리 방식으로 전환 후 사고 사망자 발생률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의 경우 지난해 1월 전부 개정된 산업법이 사망자 발생 시 사업주(원청사업주)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였지만 사고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산안법(전부개정)이 시행된 지난해 사고 사망자는 전년 대비 27명이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도 전년과 비교해 사망자가 4명 늘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외실태를 살펴본 결과 한국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CEO 개인을 형사처벌하고, 경영자를 특정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 강화 입법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산재감소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주 처벌 강화가 사고 사망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더라도 산재사망자 감소 효과는 없거나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총은 사고사망자를 효과적으로 낮추고 있는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처벌 중심의 대응으로 산재감소 효과가 미비하다고 진단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한국은 사업주 처벌(법정형)에 있어서 만큼은 전 세계의 어느 국가보다도 강한 법률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사고 사망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도 과도한 처벌 수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예방 중심의 산업안전정책 수립 및 사업 추진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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