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까지 2.25%까지 오를 가능성도 거론
채권금리 상승에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
성장주 중심 나스닥·가상자산·원자재 시장 요동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 이어 3월 말 2%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급등세를 이어온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이 충격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전날 장중 1.8%까지 급등해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1.51% 수준이었던 10년물 국채금리가 빠르게 2%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채권 가격 추세를 나타내는 채권지수가 이달 들어서만 1.6% 하락해 지난해 1월 월간 하락 폭(1%)을 넘어섰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3월 말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2.2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케빈 플래너건 위스덤트리 채권전략 책임자는 “3월 말까지 10년물 국채 금리가 2.25%까지 육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연준이 얼마나 신중하게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 하락 기조가 1년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간 시장에 ‘비둘기’ 신호를 던졌던 연준이 입장을 180도 바꿔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5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조기 금리 인상과 함께 조기 양적 긴축까지 시사했다.
금리 상승 압박은 버블자산에 직격탄이 됐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크게 흔들렸다. 국채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게 된다는 점에서 성장주 가치에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주 나스닥지수는 4.5% 하락해 지난해 2월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년물 국채금리는 1.8%까지 오르면서 나스닥지수 수익률의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이)는 0.85%포인트로 떨어졌다. 2018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나스닥 지수 편입 기업 중 10년물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도 줄었다. 지난해 초 83곳에서 7일 기준 64개로 나타났다. 성장주에 투자한 금융 상품도 고전 중이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간판 펀드인 아크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해 2월 고점 대비 46% 가까이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기술주 바스켓도 고점 대비 35% 하락했다.
가상자산과 원자재 시장도 요동쳤다. 지난해 11월 6만9000달러(약 830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40% 넘게 폭락했고, 이더리움 역시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35% 이상 하락했다. 원자재 팔라듐도 지난해 4월 고점 대비 35% 떨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10년물 국채금리가 2%대까지 오를 경우 기술주가 충격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나스닥지수의 수익률이 9%는 상승해야 나스닥이 현재 수준의 국고채 스프레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시장의 올해 나스닥지수 수익률 전망치는 5.9%에 그친다.
시장은 12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CPI는 지난해 11월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8%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12월 CPI 전망치는 7.1%다. 연준의 긴축 행보와 국채 금리 상승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