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진단 관련 바이오 업체들이 주목 받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한 미국이 자가 진단키트 5억 개를 무상 공급하고, 각 가정의 자가 진단 비용을 보험으로 처리하는 대책을 발표하는 등 발병 5일 내 투약해야 하는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도입에 따라 신속 항원 검사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분자 진단 품목 수출은 8967만 달러로 직전달(5326만 달러)에 비해 41.8% 증가했다. 분자 진단 품목 수출이 반등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4개월 만이다.
분자 진단 품목 수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크게 증가했다가 지난해부터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먹는 치료제까지 개발되면서 점차 줄었다. 2020년 9월 1억6523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1년 뒤에는 6425만 달러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델타보다 2.5배 높은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계기로 진단 품목 수출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확진자의 95%가 오미크론 감염자로 하루 평균 입원 환자만 1만 명이 넘으며 2주새 2배 증가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확진자 급증에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분자 진단 제품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979만 달러이던 이탈리아에 대한 분자 진단 품목 수출액은 11월 1973만 달러로 102% 증가했고, 같은 기간 독일은 343만 달러에서 997만 달러로 190% 증가했다. 벨기에와 스페인, 캐나다로 가는 수출도 각각 177%, 152%, 31% 늘었다.
씨젠은 지난해 12월 17일 280만 명분의 진단 시약을 전세기를 동원해 유럽 5개국에 보낸데 이어 29일에는 오미크론 변이 검출 제품 170만 명분을 수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기에 단일 제품을 실어 운송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그만큼 긴급하고 대량의 수요가 발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속 진단키트 품목 수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주춤하던 면역 진단 품목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3억6664만 달러로 전월 대비 72.8% 늘었다. 특히 11월 미국 수출액은 5659만 달러로 10월보다 35.5% 늘었고, 캐나다도 같은 기간 52% 증가했다. 이탈리아 수출은 468만 달러에서 1517만 달러로 224% 치솟았다.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지난해 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캐나다 기업과 1387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원 신속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휴마시스는 셀트리온과 공공 개발한 신속항원 자가진단키트가 아마존에 입점했지만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자가진단키트 5억 개 무상공급 등의 대책을 내놓고, 11일(현지시각) 미국 행정부는 각 가정의 자가 진단 비용을 보험으로 처리해주는 내용의 추가 방역 대책을 발표하며 수출 기대감도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면역 진단 제품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미국과 달리 국내 방역당국은 진단 키트 등을 이용한 신속항원검사보다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PCR 검사에 앞서 신속 항원 검사 사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10일 기준 국내 오미크론 확진자가 누적 2315명으로 일주일 새 2배 가량 뛰며 조만간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이자 정부는 무증상자 등에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단검사 속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지만 전파력은 현재 우세종인 델타 변이의 2∼3배로 높아 2월에는 우세종화가 예상된다”면서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기존처럼) PCR 검사를 진행하되, 무증상자 등에 대해서는 신속항원검사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진단검사에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 도입과 함께 신속항원진단키트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5일 내에 투약해야 효과가 있는데 PCR 검사와 확인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다”면서 “미국처럼 회사나 학교에서 신속항원 검사키트를 나눠주고 증상 발현 여부와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진단은 통상 분자 진단과 면역 진단으로 이뤄진다. 분자 진단은 병원이나 보건소에 들러 콧 속 깊은 곳에서 채취한 검체로 PCR 방식을 활용해 정확도가 95% 이상으로 높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3시간이 걸린다. 대표 업체로는 씨젠, 바이오니아, 코젠바이오텍, 랩지노믹스 등이다. 최근 유틸렉스도 한컴헬스케어와 함께 신속 PCR 진단키트 개발에 나섰다.
면역 진단은 국내 약국와 편의점에서 파는 신속 진단 키트로 단백질 항원이나 항체를 활용한다. 분자 진단에 비해 정확도는 낮지만, 15분 내외로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수젠텍, 바디텍메드, 피씨엘, 엑세스바이오 등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