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등 아시아 노동참여율은 변화 거의 없어
임금 상승은 인플레로 이어져
호주, 기준금리 사상 최저로 동결 vs. 미국, 테이퍼링 가속화 시사
일본 도쿄의 한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아키모토 요이치 씨는 입사한 지 5년이 됐지만, 월급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임금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는 들어보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남의 이야기'다. 경기가 앞으로 계속 좋아진다고 해도 아키모토 씨는 자신의 월급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 않다.
'내 월급만 그대로'인 것은 일본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국가 상당수가 일시적인 임금 상승을 경험 한적은 있어도 물가상승분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
반면 미국의 근로자들은 30년 만의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로 7~9월 사이 미국 근로자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해 1990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영국에서도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세계 경제 전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 임금 상승을 두고 국가마다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원인으로 노동참가율의 차이에 주목했다. 미국의 노동참가율은 9월 기준 61.6%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하기 직전인 2020년 2월(63.3%)을 밑돌았다. 노동참가율은 16세 이상 인구 중 취업을 했거나 구직 중인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즉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지 1년 반이 이상 지났지만, 미국의 약 430만 명의 근로자가 일터에 아직 복귀하지 않았고, 이는 곧 인력난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일본이나 호주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참가율 하락이 거의 없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 총재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나지 않았고, 노동참가율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미국보다 적어 대면 서비스 종사자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일터 복귀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노동참가율에 변화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금전적 욕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문화 때문에 임금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임금 인상이 더딘 이유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실제로 일본 현지 리크루트업체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인 근로자의 62%가 입사 시 임금 협상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대부분 협상을 했다.
문제는 임금 인상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정상화가 시작되면서 대부분 업종에서 인력 부족을 겪었다. 극심한 인력난을 겪던 기업들이 직원들의 임금을 올렸고, 기업들은 비용 상승분만큼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이는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놓고 씨름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가속화를 시사했다.
반면 호주의 임금 상승률은 연율 3%를 밑돌고 있다. 물가상승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호주의 CPI는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 이에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0.10%로 재차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저로 낮춘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 평균 임금 역시 지난해 440만 엔(약 4568만 원)으로 30년 동안 4% 상승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