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폭탄 테러와 총격전으로 피해를 입으며 IS-K, 저항군 등 외부 무장 세력에 계속해서 휘둘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탈레반은 아프간 내 정부 수립과 경제 위기 수습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아프간 분쟁 사태가 장기화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군 병원인 사르다르 모하마드 다우드칸 병원 인근에서 IS-K(이슬람 국가 호라산 Islamic State Khorasan)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와 총격전이 발생해 69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8월 아프간 점령 당시 대통령 궁으로 입성했던 고위 지휘관 마와루이 함둘라 라흐마니도 포함돼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다. 해당 병원은 400여 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카불 최대 규모 병원 중 하나였다. IS-K는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사주했음을 시인했다.
뉴욕타임스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8월 이후 IS-K의 테러 빈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제 분쟁 분석 기업 엑스트랙(extrac)은 9월 18일부터 10월 28일까지 아프간 내에서 IS-K가 행한 테러, 암살, 게릴라전 등의 무력 충돌이 54건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본래 IS-K 테러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탈레반 장악 이후에는 탈레반 전투원들을 목표로 하는 공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여 년간 테러와 게릴라전을 해온 탈레반은 막상 이를 방어하는 처지에 서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IS-K가 아프간 국가 전역에서 득세하는 모습에 서방세계는 2019년 궤멸한 IS(이슬람 국가)가 부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일부 국가는 IS-K가 6개월 ~ 1년 사이에 국제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아프간 정부로 국제적 인정을 받고자 하는 탈레반의 외교 노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탈레반은 파키스탄 등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은 하나가 아니다. 탈레반이 IS에 골머리를 앓는 동안 판지시르 주를 거점으로 하는 저항군, 국민저항전선(북부동맹)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9월 6일 판지시르에 대대적 공격을 감행해 판지시르 중심지 바자라크 시를 점령한 바 있다. 그러나 10월 19일 저항전선 측이 SNS를 통해 바자라크를 수복했음을 발표했다. 이후 암룰라 살레 등 저항전선 대표와 측근이 꾸준히 근황을 전하고 있다. 저항군 측 지도자들은 무력 저항을 이어가는 한편, 미국과 러시아 등에 지원을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력 충돌뿐만 아니라 아프간 내 경제 상황도 탈레반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집권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가 끊어진 데 이어 전력난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일자리와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가족이 어린 딸을 부자 남성에게 팔아넘기는 매매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IS와 저항군 세력에 총을 겨눈 상태로 심각한 사회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 시 유력자의 말을 빌려 “어떤 사회에서든 경제가 악화되면 구성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며 경제 위기가 아프간 시민들의 IS 혹은 저항군 합류를 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최근 탈레반은 IS-K에 대한 대대적인 응징을 예고하는 한편,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식량 배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탈레반이 이를 극복하고 혼란스러운 아프간 정국을 안정화 할 수 있을지 세계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