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운 수송능력을 나타내는 선복량(적재 능력) 점유율이 아직 2016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해운산업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의 선복량 점유율이 한진해운 파산을 계기로 하락한 뒤 여전히 2016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최근에는 주요 노선 운임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산업은 자국 화물 운송뿐 아니라 3국 간 운송서비스 등으로 외화를 얻는 서비스 산업이다. 전 세계 교역량의 90% 이상을 해운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에서 해운은 수출과 국가 전략물자 운송의 안전판 임무를 수행한다.
7대 무역국가 중 5대국(중국, 독일, 일본, 프랑스, 한국) 등이 자국 원양선사를 갖고 있다.
최근 글로벌 대형선사는 인수ㆍ합병(M&A)을 단행하는 등 지배력을 점차 강화했고, 소수 대형 선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장 과점화가 진행됐다. 아울러 최근 물동량 증가 등을 반영해 글로벌 선사는 신규 선박 발주를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세계 7위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감소했던 선복량과 노선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국내 1, 2위 선사의 아시아-미주 서부 노선 점유율은 2016년 11.4%에서 4.1%포인트(p) 하락한 7.3%에 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수요 위축 상황이 빠르게 반등해 물동량이 증가했지만, 선박 부족과 항만 지연으로 물류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선박 부족은 물량이 많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운임도 높은 중국에 글로벌 선사의 선대 편성이 편중되면서 한국 편성이 축소되는, 이른바 ‘한국 패싱’ 현상으로 심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한 LA운임은 지난해보다 3.4배, 함부르크 운임도 6.2배 급증했다.
전경련은 ‘규모의 경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사의 선복량과 점유율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다른 나라보다 낮은 자국 화물에 대한 국내 선사의 적취율을 확보해야 하고 해운회사에 자본투자를 담당할 선박금융의 조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내 선사는 높은 부채비율로 금융을 이용한 선박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해운회사가 선박투자를 원활히 하도록 투자자 세제 혜택 등 선박금융 조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경련 측은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금지된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 규제도 개선해 대량화주나 공공기관이 해운회사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 위기 중에 나타난 한국 패싱현상으로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화주와 선주가 안정적인 상생 협력 구조를 만들고 장기적인 해운산업 성장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