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약 7명은 정서적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법ㆍ세법 등 현행 법령이 규정하는 친족 범위는 8촌 이내까지여서 이러한 국민 인식과 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리서치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친족 범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친족의 범위가 3촌까지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조사 결과 친족을 누구까지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직계가족 포함 3촌까지(34.3%) △직계가족 포함 4촌까지(32.6%) △4촌 포함한 6촌까지(18.3%), △직계가족까지(11.6%) 순으로 나타났다. ′
2010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직계가족이라는 응답이 4.8%에서 11.6%로 2.4배 증가했고 3촌까지라는 응답도 18%에서 34.3%로 2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4촌까지라는 응답은 45.8%에서 32.6%로 13.2%포인트(p) 감소했고, 6촌까지라는 응답 또한 24.6%에서 18.3%로 6.3%p 감소했다.
4촌과 6촌을 친족으로 느끼는 국민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어 향후 직계가족 중심의 핵가족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으로 사업·투자를 하거나 자금을 빌려주는 등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을 의향이 있는 친족 범위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인 54.8%가 ‘직계가족까지’라고 응답했다.
△직계가족을 포함한 형제자매, 3촌까지(20.9%) △기타 또는 누구와도 함께할 의향 없음(16.3%) △직계가족ㆍ3촌 포함한 4촌까지(5.4%) △4촌 포함 6촌까지(2.6%)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민법ㆍ세법 등 현행 법령은 이러한 국민의 인식과 괴리감을 보였다.
현행 민법에서는 친족 범위를 8촌 이내 혈족, 6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법·상법·공정거래법 등에서도 ‘경제적 연관관계 있는 친족’의 범위를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법률이 불합리하다는 응답이 5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4촌ㆍ6촌 친척이 기업을 한다는 이유로 개인정보와 주식보유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4촌 간 합법적인 거래를 해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에 대해 ‘매우 불합리하다’라는 응답이 34.7%, ‘불합리하다’가 18.6%로 조사됐다.
이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관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4.9%, 친족의 범위를 ‘직계가족까지’로 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54.8%로 나타났다. 그리고 ‘직계가족을 포함한 형제까지’(12.6%), ‘3촌까지’(5.0%), ‘4촌까지’(0.9%) 순이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최근 친척과의 교류가 줄어들면서 국민의 친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세법, 상법,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령에서 규제하는 친족의 범위 즉,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국민 정서에 맞게 직계가족으로 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