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료 상ㆍ하한 격차가 368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확연히 구분되는 상황으로, 재정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사회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요인 비교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보고서에선 우리나라와 유사한 형태로 건강보험제도를 운용하는 일본, 독일, 대만 등 4개국을 비교ㆍ분석했다. 해당 4개국은 건강보험 재원을 사회보험료로 조달하고 재정은 통합 관리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경총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월 상한은 704만8000원, 하한은 1만9000원으로 상ㆍ하한 격차가 무려 368.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강보험료율이 우리나라(6.86%)보다 높은 일본(10.0%)과 우리나라보다 낮은 대만(5.17%)의 2021년 보험료 상ㆍ하한을 분석한 결과, 각각 24배, 12.4배 수준이었다.
경총은 "국가별 보험료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보험료 상ㆍ하한 격차가 일본, 대만보다 과도한 수준임을 의미한다"라며 "우리나라 건강보험료가 일본, 대만과 비교하면 상한은 너무 높고 하한은 너무 낮게 설정돼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상한은 일본(월 141만3000원)의 5배, 대만(월 86만2000원)의 8.2배에 달한다. 하한 요금은 일본(월 5만9000원)의 37.5%, 대만(월 6만9000원)의 27.6%에 그쳤다.
또한, 경총은 건강보험 체계에서 직장가입자 쏠림 현상도 심화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직장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는 54조 원으로, 4년 전인 2017년(42조4000억 원)과 비교하면 27% 넘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에서 직장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84.2%에서 2020년 85.6%로 증가했다. 반면, 지역가입자가 낸 보험료는 2017년 대비 지난해 14%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5.8%에서 지난해 14.4%까지 감소했다.
경총은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의 안정적 관리, 국고 지원 확대와 함께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를 일본 수준인 24배까지 단계적 하향 조정하는 등 합리적 부과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료는 매년 임금인상에 따라 자동 인상되므로 보험료율 자체를 조정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며 "202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상시화하고, 14%에 불과한 국고 지원(일반회계) 수준을 확대하는 등 국가 책무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비교해 볼 때 현행 건강보험료 상한액(월 704만8000원)과 상·하한액 격차(368.2배)는 사회보험의 특성인 소득재분배 기능을 넘어서서 보험료 부담의 편중성을 심각하게 일으키는 만큼, 해외사례를 참조해 격차를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기정 전무는 “2019년 건강보험료 하위 20% 계층은 낸 보험료의 85.8배에 달하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지만, 건강보험료 상위 20% 계층은 낸 보험료의 0.26배에 불과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라며 “과중한 보험료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과 의료서비스를 과도하게 남용하는 사람이 혼재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상한은 낮추고 하한은 올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2022년 건강보험료율 인상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기업과 근로자가 낸 건강보험료 54조 원은 같은 기간 걷힌 근로소득세(40조9000억 원)보다 37% 많고, 법인세(55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과중한 보험료 부담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와 기업의 투자여력 저하로 이어져 국민경제 전체에 부담을 가중하므로 추가적인 보험료율 인상은 신중히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